옛 화진휴게소 땅 공매가 169억원 매각 66억원...포항시외버스터미널 감정가 수년동안 2배 이상 불어나...감정평가 1074억원, 반토막에도 안 팔려...홈플러스 죽도점 금융대출 173억원...공매를 위한 감정평가 346억원 불어나
포항의 수백억원 규모의 대형 공매물건 상당수가 뻥튀기 감정평가를 하면서 부동산 시장을 왜곡하고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형 부동산 공매물건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가 감정가의 반값에도 팔리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공매물건의 가치 하락 탓도 있지만 과다 대출에 따른 뻥튀기 감정평가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신탁사 등이 새마을금고, 농축협, 저축은행을 동원해 브릿지 금융을 대출해놓고 공매를 통해 회수하는 과정에서 대출금액보다 턱없이 높은 감정평가 금액을 내세워 공매에 나섰기 때문이다.
포항의 옛 화진휴게소 땅 1만1989㎡는 공매가 169억원의 39%인 66억1200만원에 팔렸다. 1074억원에 감정평가된 포항시외터미널 공매물건은 505억원까지 반토막 이하로 내려갔지만 매수자가 없다.
신탁사는 공매를 중단했다가 원점에서 재공모에 들어가는 상황을 수년째 되풀이하고 있다.
포항에서 수백억원 규모의 대형 부동산 공매물건은 15여 곳에 달하고 있다. 이 같은 공매물건 속출 현상은 대구, 울산 등 광역도시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포항의 부동산 시장이 붕괴됐다는 방증이다.
포항에 새마을금고 등 브릿지 금융을 동원한 ‘묻지마 주상복합’ 사업 중단이 장기 방치되면서 공매물건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옛 화진휴게소 땅의 경우 A씨는 2018년 4월, 49억8600만원에 매입하고 2020년 6월 우리자산신탁을 통해 90억원을 대출받았다.
이 땅은 공매물건으로 넘겨져 140억원에 감정가가 매겨졌지만 2023년 7월 28일 1차 공매가 169억원을 시작으로 공매가 진행됐다가 지난 6월 5일 66억1200만원에 팔렸다.
평(3.3㎡)당 386만원 감정평가한 땅이 평당 182만원에 팔린 것이다. 이 땅을 담보로 108억원을 대출해준 대구축협 30억원, 안동농협 20억원, 예천농협 20억원 구미 인동농협 20억원 등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포항 대형 공매물건의 대표적 뻥튀기 감정평가 대상은 포항시외버스터미널이다. 포항시외버스터미널은 1074억1379만원에 평가됐지만 반토막 이하에도 팔리지 않고 있다.
포항터미널에 대한 감정평가액은 2021년 3월 28일 경일감정평가법인에서 490억원으로 평가받았는데 불과 1개월이 지나서 사업권을 새로 인수한 현 사업자 측이 가온감정평가법인을 통해 808억원에 평가받아 450억원을 대출받았다.
이때 전 사업자 측은 상식적을 납득할 수 없는 뻥튀기 감정이라고 주장하고 금감원에 신고했다. 불과 한달 사이에 사정 변경이 발생한 것도 아닌 상태에서 동일 물건에 대해 65%를 높여 평가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감정가를 높이는 과정에서 실체가 없는 59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 사업계획이 동원됐다고 했다. 포항터미널 부지는 부동산 가치 상승에 대한 변동 요인이 없었지만 불과 4~5년 사이에 감정평가금액은 2배 이상 불어났다.
포항 오거리 홈플러스(죽도점) 옆 죽도동 53-1번지 일대 주상복합 공매물건도 반토막이 났지만 매수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금융권의 수익증서금액은 208억원이며 대출실행은 173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매를 위한 감정가는 346억4719만원에 평가됐다. 대출 담보 설정금액 208억원에 비해 66%인 138억원을 더 많이 평가한 것이다. 이 지역은 평당 최대 4천만원이 넘게 거래돼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사업시행자는 사업부지 5384㎡ 매입을 위해 평당 1421만원을 기준 231억8천만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시 오거리 제일은행 인접 죽도동 45-6번지 주상복합 부지에 대출한 금융사도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포항 성당새마을금고 등 6개 마을금고가 90억원을 대출해줬지만 공매 결과 78억원에도 팔리지 않아 공매가 중단된 상태다. 감정평가액은 117억원이다.
곡강지구 아파트부지는 반토막이 나고 매수자가 없어 수의계약을 위한 재공매에 들어갔지만 역시 매수자가 없다. 1차 공매 841억원에서 시작해 370억원까지 떨어졌지만 매수자가 없어 유찰됐다.
공매를 위한 감정가는 사업시행자 ㈜디오산업개발이 2020년 분양받은 480억원에 비해 두배에 달한다. 곡강지구 공매물건은 포항시 북구 흥해읍 곡강리 산 149-16번지 일원의 대지 5만6231㎡ 아파트 사업부지다.
사업시행자가 2금융권에 브릿지 대출을 사용해 매수했지만 사업이 어려워지며 대출이자가 연체됐다. 금융기관(대주단)이 공매를 요청해 지난 2023년 6월 14일 처음으로 공매로 나왔다.
감정가 360억6236만원에 평가된 포항시 북구 우현동 241-11번지 중앙고등학교 인접 대형웨딩홀이 공매 매물로 나왔다. 이 물건은 토지 8874㎡, 건물 1만3175㎡이며 토지감정가는 108억원, 건물감정가 252억원 등 모두 360억원에 평가됐다.
금융권 대출은 215억이지만 공매를 위한 감정가는 145억원 높게 평가됐다. 부동산 전문가 A씨는 “공매를 위한 신탁사들의 뻥튀기 감정평가가 견제기능 없이 남발되면서 부동산 감정평가의 신뢰성을 실추시키고 부동산 시장을 혼탁하게 한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