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채신공단 화재, 피해 1500억원 넘어...청못 저수지 중금속 오염 준설도 어려운 실정...농업용수 활용 농민들 물 부족 직격탄...피해 규모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어
영천 채신공단 화재 피해 여파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화재, 폭발 잔재물과 중금속 성분이 청못 저수지(청제)에 유입되면서 2차 오염으로 번지고 피해 규모도 당초 1천억원에서 1천5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청제 오염문제가 대두되면서 영천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영천시 책임론을 들고 나섰다. 농업용수로 활용해온 농민들은 물부족 직격탄을 맞았다며 영천시에 성토했다.
영천시도 채신공단 내 대달산업에서 발생한 화재 및 폭발 사고의 피해 규모가 당초 예상치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공단 내 전역은 물론 인근 1km까지 피해를 확산시키며 여전히 추가 접수가 이어지고 있다.
영천시는 당초 피해액을 약 1천억원으로 발표했으나, 기업체뿐 아니라 편의점 등 지역 생활 기반시설까지 포함하면 훨씬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납품 지연과 거래 중단 등 2차 피해까지 합산할 경우 피해 규모는 1500억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화재 잔재물이 공단 아래쪽 청제로 흘러 들어가면서 2차 환경 피해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잔재물과 중금속이 저수지 바닥에 침전해 준설 작업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청제는 신라 법흥왕 23년(536년)에 축조해 원성왕14년(798)에는 연인원 1만4천명을 동원했다고 청제비(菁堤碑)에 기록하고 있다.
청제는 유서 깊은 저수지로, 제방 길이 243.5m, 높이 12.5m, 저수 면적 11만㎡에 달하며 총저수량은 약 59만톤이다. 유효 저수량만도 52만톤에 이르는 규모로, 조선시대의 수리 정책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역사 자료로 평가된다.
영천지역사회는 최근 청제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고, 청제비를 국보로 승격시키자는 학술적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었다. 실제로 청제는 1500년 동안 농업용수 공급, 홍수 조절, 기후변화 대응 등 중요한 기능을 해오며 지역민의 삶을 지탱해 온 상징적 유산이다.
이번 화재로 청제의 수질과 생태계가 크게 위협받자, 지역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제 관리회장 김중기 씨는 “청제는 못 관리 부실이 빚은 인재(人災)”라며 “영천이 국제적 생태도시로 도약해야 할 시기에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것은 막대한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채신공단 조성 당시 “하천을 돌려 청제로 흘러들어오지 말 것을 요청하는 회의까지 있었다”며 “인재를 자초한 영천시가 원망스럽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또한 “지금 이삭 팰 시기에 물이 없어 쭉정이만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제의 농업용수를 활용해 경작해온 도동·도남동·구암리 주민들도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 시에서 관정을 하나도 준비하지 않아 농민들이 물 부족으로 직격탄을 맞았다”며 “몽리면적 25ha 피해만 따져도 막심한데, 공단 화재로 인한 1차·2차 피해까지 더하면 상상조차 어려운 수준”이라고 성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단순한 공단 화재를 넘어선 ‘복합 재난’이라 분석했다. 산업시설 피해와 경제 손실은 물론, ‘청제’라는 역사적·문화적 자산이 위협받고 있어 대응이 늦어질 경우 회복 불가능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