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산업계 경쟁구도 영향...수출국 무역 환경 대격변 예고...대구경북 경제 복원력 시험대

ⓒ김창숙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주요 교역국과의 상호 관세율을 조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주요 수출국들의 무역 환경에 대격변이 예고됐다.

한국의 상호 관세율은 기존 25%에서 15%로 조정됐으며, 적용 시점은 오는 8월 7일 0시1분(미 동부시 기준)부터다.

백악관은 이번 조치를 "미국 산업 보호와 외국 시장 개방을 동시에 달성한 역사적 조정"이라고 자평했지만, 국내 특히 대구·경북지역 수출 주력 산업에는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미 무역 협정 타결에도 불구하고 철강 부문은 50% 고율 관세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철강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포항 지역 철강업체들은 가격 경쟁력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현대제철, 포스코 등은 장기적으로 미국 현지 제철소 설립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본격적인 가동은 2029년 이후로 예정돼 있어 당장의 수출 손실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경북도는 포항을 '산업위기 선제대응 지역'으로 지정해 달라며 정부에 공식 요청했고, 국회에는 철강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포항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지역 주력 산업 전반의 경쟁 구도에 영향을 줄 것이며, 중소 철강가공업체들의 줄도산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대구·경북의 또 다른 수출 효자 산업인 자동차부품 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기존 25%였던 관세가 15%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물론 한미FTA 체결 이전 0%였던 상황에 비하면 역진된 결과지만, 경쟁국인 일본과 EU 역시 15%로 상승한 점은 위안이다.

대구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그간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이어진 무역 정책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정리됐다는 점에서 수출전략 수립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지화 비중이 낮은 2차 밴드 부품사들의 부담은 남아 있다.

iM증권은 “현대차·기아차는 미국 현지 공장을 통한 대응이 가능하지만, 하청 중소기업은 환율과 원자재 가격에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차전지 소재 산업은 다소 복합적이다. 대구·포항 등지에서 관련 기업이 늘고 있는 가운데, 아직 미국 현지 생산기지를 갖추지 못해 단기적으로는 관세 부담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일본 등 경쟁국들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특히 중국과 미국 간 관세 협상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추가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이 수혜를 볼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구경북연구원은 “이차전지 및 반도체 후공정 산업은 이제 철강에 버금가는 전략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이번 협상은 중장기적으로 지역 산업 재편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관세협상이 일단락되면서 지역경제 전반의 ‘복원력(resilience)’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철강 중심의 단일 산업구조를 탈피하지 못한 포항과 경주 등 동해안 산업벨트는 이번 조정의 피해가 집약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지역에서는 보다 구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거세다. 신성장 산업으로의 전환, 산업구조 다변화, 맞춤형 무역금융 확대, 중소기업 지원 강화 등이 동시에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관세율 인하 자체보다 중요한 건 중장기적인 지역산업의 경쟁력 회복”이라며 “정부와 지자체, 기업이 유기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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