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안강 두류공단 폐기물매립장 입안 자진 취하...경주시 도시과, 심의 자문 결정 사전 유출...9일 경주시 ‘수용 불가’ 통보 예정 직전에 취하원 접수...사업시행자 사전 유출 통해 자체 보완 및 치유 기회 얻어...경주시 도시계획 행정 무력화 초래

▲ 경주시 안강읍 주민들이 산업폐기물 매립장 조성과 관련해 지난달 22일 열린 도시계획자문회의에 반대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경주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영남경제 자료
▲ 경주시 안강읍 주민들이 산업폐기물 매립장 조성과 관련해 지난달 22일 열린 도시계획자문회의에 반대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경주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영남경제 자료

경주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자문한 입안 제안에 대한 ‘수용 불가’ 결정이 사전 유출됐다. 이로 인해 사업시행자 당사자가 유리한 기회를 부여받은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경주 안강 두류공단 산업폐기물 매립장 입안 제안은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에서 ‘수용 불가’로 결정났지만 당사자에게 공식 통보도 되기 전에 정보가 유출되면서 취하원이 제출되는 등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이 무력화됐다.

사업시행자 ㈜이리는 도시계획시설(폐기물처리시설, 도로) 결정 입안 제안에 대한 ‘수용 불가’ 통보를 받기 직전에 취하원을 제출하면서 입안 재접수를 할 수 있게 됐다.

안강읍 등 경주지역 주민들은 “이리의 취하원은 재입안을 위한 수순이며 사업승인을 위한 작전에 불과하다”며 질타했다.

이리는 지난 4월 4일 경주시에 도시관리계획 결정 입안 제안을 접수했다.

경주시는 관계부서 의견 청취 및 도시계획위원회의 자문을 받아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가운데 지난 9일 결정 내용을 사업시행자 측에 통보할 예정이었지만 사업시행자의 자진취하원 접수로 인해 무효화됐다.

경주시의 ‘수용 불가’ 사유는 지난달 22일 열린 도시계획위원회의 내용을 토대로 작성됐다. △기존 개발행위 구역 중복 문제 △침출수 및 악취 등 환경문제 △주민수용성 문제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환경문제는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협의 절차를 거쳤고, 주민수용성 문제는 최종 결정권자인 경주시장의 판단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수용 불가 명분에서 다소 다소 부족한 측면이 있지만 기존 개발행위 구역 중복 문제는 법령에 의거해 신규 개발행위를 반려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사업시행자에게는 치명적인 지적 사항이었다.

경주시 역시 이 문제를 가장 앞세워 수용 불가 통보를 하고자 했다. 문제는 도시계획위원회의 자문 내용이 사업시행자에게 사전에 유출됐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사업시행자에게 자문의 지적 내용을 다시 보완해 재입안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경주시 역시 도시계획위원회 자문 결정 통보 조치를 원천적으로 할 수 없게 돼 행정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모두 자문회의 내용 사전 유출에 따른 후유증과 부작용이다. 경주시 도시계획 조례는 도시계획위원회는 비공개회의를 원칙으로 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회의 내용이 담긴 회의록에 대해서도 공개요청이 있을 경우 심의 종결 후 30일이 경과한 날부터 공개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조례에 명시된 위원회 회의 내용의 공개는 기본적으로 도시계획심의에 대한 것이지만 자문회의 역시 통상적으로 함께 적용해왔다.

따라서 도시계획위원회 자문회의 내용 역시 조례에 따라 최소한 1개월 이상의 기간이 지나야 외부에 공개할 수 있으며, 이는 불필요한 민원이나 법적 분쟁의 소지를 줄이고 행정의 신뢰도와 정책 결정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경주시 도시계획과는 자문회의 내용을 사업시행자 측에 구두로 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경주시 도시계획과 담당자는 “용역사 직원과 협의를 진행하다 보면 자문회의 때 제기된 우려 등의 내용을 전달해 주기도 한다”며 사전 정보 유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사업시행자 측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사업구역 내 이전 개발행위 허가 구역과 중복되는 구간이 있어 이를 제척하는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자진 취하 후 재접수할 계획으로 알려져 주민들의 우려는 여전해 보인다.

더구나 사업시행자 측이 밝힌 취하 사유 내용이 비공개로 진행된 도시계획위원회의 자문내용과 동일해 경주시가 사전에 정보를 유출해 사업시행자에게 부당한 이익이 돌아가게 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만일 이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경주시가 사업시행자에게 자체 보완할 기회와 시간을 제공한 셈이라는 지적과 함께 경주시 도시계획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경주시의회 이강희 의원은 “자문회의 당일 많은 주민들이 회의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며 회의 내용을 알고 싶어 했으나 1개월 후에 공개할 수 있다며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며, “땡볕에 몇 시간을 기다린 주민들에게는 조례상의 원칙을 들이밀며 공개하지 않던 내용을 용역사 직원에게는 그리 쉽게 얘기해주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말했다.

또 “더구나 용역사는 사업시행자와 동일인이라 해도 무방하고 곧 이해당사자에 속하는데 이해당사자에게 행정 결정 내용을 사전에 유출하고, 그 결과 특정 사업자가 이득을 취하고 다수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이 결과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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