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부채 35조8천억원...유동비율 3.2%p 감소 27.8%...올해 5조8천억원 채권 발행...지난해 부채 증가율 ‘7.65%’
한국도로공사 부채가 눈덩이처럼 무분별하게 늘어나면서 부실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도로공사의 부채는 지난해 35조8천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9조5천억원 대비 3년간 6조3천억원(21.7%)이 폭증했다.
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유동비율도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유동자산으로 유동부채를 다 상환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동비율이 지난해 27.8%에 불과해 직전연도 31.0% 대비 3.2%p 더 악화됐다. 지난해 유동부채 5조6천억원이 유동자산 1조6천억원을 4조원 초과해 단기 유동성 문제가 있는 상태다.
올해에만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통해 5조8천억원의 채권 발행 한도를 확정했다. 도로공사는 단기 유동성 문제 때문에 매년 채권 발행액을 늘리는 추세다. 고속도로 건설투자 등에 더해서 부채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도로공사의 장단기 차입금 증가금액은 2019년 1조원, 2020년 2조원, 2021년 2조원, 2022년 2조원으로 매년 2조원씩 증가했고 부채 증가율은 2019년 4.77%, 2020년 5.81%, 2021년 6.79%, 2022년 7.65%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단기차입금 의존도는 2019년 4.45%, 2020년 4.56%, 2021년 4.55%, 2022년 5.02%로 계속 증가해서 유동성 문제를 악화시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도로공사는 자체적인 자금으로 부채상환이 어렵다보니 대주주인 정부(국토교통부)가 유상증자를 통해 지난해 2조3천억원을 지원했다. 직전연도에도 2조1천억원을 유상증자 형태로 지원했다.
나머지 부족한 부분은 도로공사에서 시중은행에 직접 단기차입금 4천억원, 장기차입금 3천억원 형태로 대출 받았고 사채 1조3천억원 발행해 급한 불은 해결했다.
도로공사는 지난해 637억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해서 직전연도 336억원 대비 301억원(89.6%) 증가해 실적이 좋아진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이것은 휴게소임대료 및 주유소임대료에서 직전연도보다 874억원을 더 받아서 이루어진 실적이다.
지난해 9월 휴게소 품질 개선 차원에서 국토교통부에서 휴게소 음식값을 내릴 것을 제안했지만 도로공사는 중요한 수입원의 하나가 휴게소 임대료라 영업이익 악화를 우려하며 응하지 않은 결과다.
부채 급증에도 불구하고 도로공사측은 ‘고속도로 지하화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현재 도로공사는 국토교통부의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따라 고속도로 총 4곳의 지하화를 추진 중이다.
경인선(인천∼서울) 19.3㎞, 경부선(용인∼서울) 26.1㎞, 수도권 제1순환선(구리∼성남) 31.5㎞, 영동선(용인∼과천) 31.7㎞ 등 총 108.6㎞ 구간이다.
올해 중 경부선 지하고속도로의 예비타당성조사에 착수하고, 경인선 지하고속도로의 타당성 평가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수도권 제1순환선 지하고속도로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하고, 설계속도 100㎞/h 지하도로 설계기준도 마련한다.
고속도로 지하화 사업비는 수도권 제1순환선 4조500억원, 경부선 3조8400억원, 영동선 3조1800억원, 경인선 2조800억원 등 13조16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40%는 국비가 투입되며 나머지 60%는 도로공사 부담이다.
도로공사는 직원 수 9천명, 자산 78조원, 연 매출 10조원, 순이익 637억원에 달하는 매머드 공기업이지만 큰 외형에 비해 매년 순이익이 300~600억대에 불과하다. 결국 지하고속도로 등 대부분 도로공사사업들도 부채로 충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 걱정이 된다.
지난해 이미 이자지급금액이 6천억원을 살짝 넘었고 최근 발행한 7건의 공사채의 이자율은 4.78%~5.915% 고이자율이라 향후 이자부담을 견디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공공기관 부채는 한전 192조8천억원으로 1위였고, 이어 한국주택금융공사(157조5천억원), 한국토지주택공사(146조6천억원), 한국가스공사(52조원), 한국수력원자력(43조3천억원), 한국도로공사(35조8천억원) 등 도로공사가 6위권에 들었다.
공공기관 전체 부채는 지난해 670조원으로 전년도 582조원보다 88조원(15.2%) 증가했고 부채비율은 151.8%에서 174.3%로 껑충 뛴 상태다.
지역 공공기관 관계자 A씨는 “국가 세수가 크게 줄고 있어 공공기관의 방만 운영에 대해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구호에만 그치지 말고 한국도로공사도 부채 감소에 실효성 있는 노력을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