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 생사 갈림길, 준비 안 된 중소기업들 “훨씬 더 어려운 시기”
제조업 “탄력근로제는 큰 도움 안 돼”
주택건설업계 “추가인력 고용과 공사 지연, 아파트 값 상승”
숙박업계 “정규고용 줄이고 단기 알바 늘려야” 고용효과 역기능
주 52시간제 강행하면 ”전통산업 근간 흔들릴 것”
대구경북 중소기업(50인이상 299명이하)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제’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생존의 갈림길에 섰다.
대구경북에서 52시간제를 적용받는 사업장은 4000여 업체이며, 종사원은 40만명에 달한다. 이를 이행하기 어려운 기업들은 “정부가 강행할 경우 모두 범법자가 될 판”이라며 탄식하고 있다.
주 52시간제는 2018년 2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사업체당 종사자 수를 기준으로 시간차를 두고 적용됐다. 당초 50~299인 사업체는 올해부터 적용대상이었지만 실효성 논란과 우려의 목소리 때문에 근로감독을 1년간 유예했다.
중소기업계는 “코로나19까지 겹쳐 설상가상의 상황에 봉착했다”며 연장을 요청했으나, 정부는 “연장은 없다”고 못 박았다.
동북지방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50~299인의 종사자를 둔 대구·경북 사업체는 각각 2011개, 2220개로 집계됐다. 이들 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 수만 40만2000여명(대구 19만6명·경북 21만2567명)에 달했다.
포항지역 합금철 등 철강관련 중소업체는 “내년 상반기까지 확보한 오더를 적기에 납품해야 하지만 코로나 여파로 인해 경영난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근로 시간을 줄이라고 하면 납기를 지킬 수 없다”며 “근로 시간 단축에 따른 추가 인력을 확보하게 되면 적자 경영은 불가피하다”고 하소연했다.
주 52시간제 위반이 적발되면 1차 3개월, 2차 1개월을 합해 최장 4개월까지 시정 기간이 부여된다. 이후에는 근로기준법 처벌 조항에 따라 사업주가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중소업계 관계자는 “현재 월~토요일 주·야간 체제에서 52시간제 이후에는 월~금요일 주간 체제로 운영할 수밖에 없지만, 코로나로 떨어진 가동률은 더 낮아져 채산성은 절반 이하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인력을 구하기도 힘들어서 추가 고용은커녕 구조조정을 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대책에 부심하지만 뾰족한 돌파구는 없다. 주 52시간제로 인해 정해진 공사 기한을 지키지 못할 상황이 불 보듯 뻔하고 지연된 공기가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인력을 추가 고용하고 공기가 늘어지면 각종 금융비용이나 현장 관리비용이 올라가고 건설사에는 부담이 된다. 결국 이것이 집값에 반영될 것이라는 것이다. 고용 창출 효과도 의문시 되고 있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는 근로 시간을 줄이면 사람을 더 뽑아 쓸 것으로 생각하는데 실제 건설현장은 인력 수요에 비해 공급이 항상 부족한 상태”라며 “타일이나 미장 등은 숙련공 1명의 근로 시간을 늘리는 게 훨씬 효율적인데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숙박업계도 비상이다. 올해 코로나19로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숙박업계는 인력 운용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면 인력수급은 더 어려울 것으로 우려했다.
호텔 등 숙박업은 “성수기와 비수기가 뚜렷하다. 평소에는 주 52시간을 이행할 수 있지만 성수기에는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결국 정규직 인력을 더 뽑기보다 단기 알바를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고용효과는 오히려 역행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뿌리산업 등 근로시간 조정이 어렵거나 만성적인 인력난으로 주 52시간제 준수가 곤란한 업종만이라도 계도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며 “나머지 업종에 대해서도 처벌보단 현장 컨설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