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식(食)작용 하는 소교세포, 혈뇌 장벽 조절도 관여

선택적 투과성을 가진 혈뇌 장벽(Blood-Brain Barrier)은 뇌척수액과 혈액을 분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몸의 조절 중추인 뇌를, 세균 등 병원체나 잠재적인 혈액 내 위험 물질로부터 격리하는 게 혈뇌 장벽이다.

실제로 혈뇌 장벽은, 뇌 모세혈관의 내피세포가 밀착 연접을 형성해 고분자 친수성 물질의 통과를 막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수용성 분자가 혈뇌 장벽을 통과하려면 특별한 통로(channel)나 운반체 단백질이 필요하다.

당연히 혈뇌 장벽의 투과성은 뇌 건강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다. 예컨대 몇몇 유형의 심각한 신경정신질환에선 혈뇌 장벽의 투과성이 높아진 게 관찰된다.

그런데 뇌의 면역세포인 소교세포(microglia)가 혈뇌 장벽의 투과성을 높이거나 낮추는 데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소교(小膠)세포의 이런 투과성 조절은, 신체의 염증 반응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교세포는 특수한 형태의 백혈구와 비슷하게 병원체 등을 잡아먹는 식(食) 작용을 한다.

일본 나고야대 의대 대학원의 와케 히로아키 교수팀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의 논문을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전신 염증(systemic inflammation)' 초기의 소교세포는 오히려 혈뇌 장벽의 손상을 막는다.

전신 염증은, 흡연·노화·당뇨병 등과 관련이 있는 만성 질환으로 신경 퇴행 질환의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그런데 염증이 심하게 진행되면, 똑같은 소교세포가 혈뇌 장벽의 투과성을 높여 시스템의 손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소교세포 안에 형광 단백질이 생성되게 유전자를 조작한 생쥐 모델을 '2 광자 이미징(two-photon imaging)' 기술로 관찰했다. 혈뇌 장벽이 손상됐을 때 여기를 통과하는 형광 물질도 생쥐에 주입했다.

이 상태에서 염증 유도 물질을 주입해 전신 염증이 생기게 했더니, 소교 세포가 모세혈관으로 몰려가고, 며칠 만에 혈뇌 장벽의 투과성이 높아졌다.

처음엔 혈뇌 장벽을 보호했던 소교세포가, 염증이 진행되면서 혈뇌 장벽의 구성 요소를 공격하는 침입자로 돌변한 것이다.

느슨해진 혈뇌 장벽의 틈으로 새어 들어간 물질은, 뇌에 광범위한 염증을 유발하고 신경세포(뉴런)를 손상할 가능성이 높았다.

와케 교수는 "혈뇌 장벽의 투과성을 조절하는 소교세포에 관한 치료 표적을 확인하는 게 우리 연구의 목표"라면서 "그런 약이 개발되면, 뇌의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방법으로 신경정신질환을 치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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