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 지방→인터류킨-1 베타→소교세포' 염증 경로 규명
미 조지아 의대 연구진, '임상 연구 저널'에 논문




우리 몸에서 지방세포는 기본적으로 에너지를 저장하고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에너지 과잉 상태가 되면 지방세포가 중성지방을 흡수하면서 커지는데, 이렇게 비대해진 지방세포가 너무 많이 늘어나면, 성인의 중등도 이하 비만이 되기도 한다.

반면, 내장 지방((visceral fat)은 장기 내부나 장기와 장기 사이 공간에 축적되는 것을 말하는데, 그 합성과 분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대사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런 내장 지방이 뇌에 염증을 일으켜 인지 기능도 심각하게 손상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내장 지방이 만드는 염증 신호 물질이 혈액을 타고 이동해 뇌의 면역세포를 자극함으로써 뇌세포에 심한 염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내장 비만이 건강에 해롭다는 건 상식처럼 통하지만, 내장 비만이 뇌에 염증을 일으키고 인지 기능을 손상하는 메커니즘이 과학적으로 확인된 건 처음이다.

미국 조지아 의대 연구진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국제학술지 '임상 연구 저널(The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에 발표했다.

3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이 연구의 핵심은, 내장 비만에서 비롯되는 뇌 손상 경로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조지아 의대의 알렉시스 M. 스트라나한 신경 과학·재생 의학과 부교수는 "많은 내장 지방과 뇌 인지 기능 손상을 단순히 연계하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경로를 요약하면, 내장 지방에서 발생한 전 염증성 신호 물질(인터류킨-1 베타)이 혈액에 섞여 뇌로 이동한 뒤 혈뇌 장벽(blood brain barrier)을 통과해 뇌의 소교세포(microglia)를 '과잉 활성' 상태로 몰아넣는다는 것이다.

뇌에는 인터류킨-1 베타 신호가 그다지 많이 발현되지 않는다.

그런데 내장 지방은 만성적으로 높은 수준의 신호를 뇌로 보내, 원래 뇌세포를 보호하던 소교세포가 거꾸로 염증을 일으키게 했다.

내장 지방이 유발하는 만성 염증은, 염증 조절 복합체(inflammasome complex)의 형성을 촉발해 면역 반응과 염증을 더 증폭시키기도 한다.

이 복합체의 핵심 구성 요소인 NLRP3 단백질이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방 세포의 인터류킨-1 베타 생성과 분비를 촉진하는 게 바로 NLRP3 단백질이다.

일례로 NLRP3를 제거한 생쥐는, 내장 비만이 유발하는 뇌 염증과 인지 기능 손상을 전혀 겪지 않았다.

이 단백질을 생성하지 못하는 비만 생쥐의 내장 지방 조직을, 마른 생쥐에 이식해도 뇌 염증은 생기지 않았다. 소교세포의 인터류킨-1 베타 수용체를 제거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NLRP3 단백질을 온전히 둔 비만 생쥐의 내장 지방 조직을 이식하면,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hippocampus)의 인터류킨-1 베타 수위가 급상승해 인지 기능이 손상됐다.

소교세포의 독특한 작용도 과학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인터류킨-1 베타의 신호를 받은 소교세포는, 뇌 신경세포(뉴런) 연접부인 시냅스를 휘감아 압박하면서, 뉴런 사이의 신호 교환을 방해하는 물질을 분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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