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혁신처가 25일 입법예고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은 상관의 지휘·감독 체계를 유지하되, 위법한 명령에 대해 공무원이 정당하게 ‘이견 제시’와 ‘이행 거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논란’ 이후 공직사회에서 제기된 문제의식을 제도적으로 반영한 변화로 평가된다.
개정안의 핵심은 국가공무원법 제57조에 명시된 ‘복종의 의무’ 문구가 ‘지휘·감독에 따를 의무’로 바뀐다는 점이다.
단순 표현 변경을 넘어 공직사회 의사결정 구조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기존 제도는 상관의 지시가 부당하거나 위법하더라도 공무원이 이를 이행해야만 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인사처는 “명령·복종 중심의 권위적 조직문화에서 벗어나 합리적 토론·의사결정 문화로 전환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상관의 지휘·감독이 위법하다고 판단될 경우 공무원이 이행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명확히 규정했다.
또 직무 수행 과정에서 의견을 제시할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이견 제시나 이행 거부를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했다.
이는 공무원에게 ‘위법 명령 거부권’을 부여함으로써, 공직사회의 책임성을 한층 강화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동시에 개정안은 제56조의 성실의무 조항도 ‘법령준수 및 성실의무’로 확대했다.
공무원을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 규정하며, 상관이 아닌 법령을 기준으로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는 복종보다는 ‘법치 기반 성실의무’에 무게중심을 두려는 방향성으로 읽힌다.
인사행정의 시대적 변화도 반영됐다. 육아휴직 대상 자녀 연령은 기존 8세 이하에서 12세 이하로 상향됐다. 돌봄 공백이 초등 중학년에까지 이어지는 현실을 감안한 조치다.
또 난임 휴직이 새로운 법정 휴직 사유로 신설되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기관은 이를 허용해야 한다. 공무원의 일·가정 양립 지원을 제도적으로 강화한 것이다.
징계 제도도 한층 엄격해진다. 특히 스토킹·음란물 유포 등 성 관련 비위의 징계시효는 3년에서 10년으로 대폭 연장된다.
실제 피해자들에게는 가해 공무원의 징계 결과를 통보할 수 있도록 해 피해 회복 권한도 확대했다. 최근 공직사회 내 성 관련 비위 처벌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비판을 반영한 조치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은 “공무원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국민 삶과 직결되는 행정서비스의 기본”이라며 “위법 지휘 거부권은 공직사회가 보다 책임 있게 작동하는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이번 국가공무원법 개정은 공직사회 운영의 근본 틀을 바꾸는 결정으로 평가된다. 관료제의 오랜 관행이었던 ‘명령-복종’ 구조를 벗어나 ‘법령 기반 책임행정’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위법한 명령을 거부하는 것이 공직자의 의무로 자리 잡을 경우, 향후 정책 집행 과정에서 관료 책임성·민주적 통제·법률 준수 강화 등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강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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