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용매 아세톤을 활용한 초고속 나노 복합 기술로 리튬배터리 성능 23% 향상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연구팀이 리튬이온배터리 음극 소재 제조 시간을 기존 수 시간에서 단 5초로 단축하는 혁신적인 나노 복합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김진곤 POSTECH 화학공학과 교수와 조창신 배터리공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손 소독제나 매니큐어 제거제로 사용되는 친환경 용매 아세톤을 활용해 고성능 배터리 소재를 초고속으로 제조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 기술은 재료·에너지 분야 국제학술지 '나노 에너지(Nano Energy)'에 최근 게재됐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스마트폰, 전기차, 에너지 저장장치 등 현대 생활의 핵심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배터리 성능 향상을 위해서는 넓은 표면적과 높은 전기전도성을 동시에 갖춘 음극 소재가 필요하다. 기존에는 메조 다공성 금속산화물(MMOs) 제조를 위해 블록공중합체 자기조립 방법이 주로 사용됐지만, 유독성 용매 사용과 긴 합성 시간으로 인해 산업 적용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아세톤이 금속 알콕사이드를 빠르게 반응·경화시키는 특성에 주목했다. 기존처럼 용매를 천천히 증발시키는 방식 대신, 재료가 순식간에 반응하며 스스로 응축되도록 유도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개발한 것이다.
이 기술을 통해 카본나노튜브와 MXene 같은 고전도성 나노 소재가 5초 만에 MMOs 내부에 균일하게 분산된 나노 복합체 제조에 성공했다. 수 시간에서 며칠이 걸리던 기존 공정을 대폭 단축하면서도 균일성과 재현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성능 실험 결과, 새로 개발된 나노 복합체는 기존 MMO 단일 소재 대비 현저한 성능 향상을 보였다. 낮은 전류밀도(0.05 A/g)에서는 275mAh/g의 용량으로 기존 소재(224 mAh/g) 대비 23% 향상됐고, 높은 전류밀도(1.0 A/g)에서는 108 mAh/g로 기존 소재(46 mAh/g)보다 135% 향상된 성능을 나타냈다.
공정에 사용된 아세톤은 정제해 재활용할 수 있어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김진곤 교수는 "이번 기술은 기존 대비 합성 속도를 혁신적으로 단축할 뿐만 아니라 유독성 용매가 필요하지 않아 지속가능성을 확보한 것이 큰 차별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배터리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고기능성 소재 개발로 응용 범위가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창의후속연구사업과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에너지국제공동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