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 대출 창구 잠가...내년 총량 목표 설정해도 대출 완화 쉽지 않아

가계대출 셧다운이 임박하면서 대출 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올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사실상 실패하면서 연말을 앞두고 대출 창구를 잇달아 걸어 잠그고 있다.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은행권의 조기 차단 조치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내년 초 새 총량 목표가 설정되더라도 대출 완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분은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7조895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금융당국에 제출한 연간 허용 증가 한도(5조9493억원)를 32.7% 초과한 수준이다. 은행별 초과율은 9.3%에서 최대 59.5%까지 다양하지만, 네 곳 모두 목표치를 뛰어넘었다.

5대 은행까지 확대하면 그나마 NH농협은행만 증가액이 목표치보다 다소 낮아 총량관리 여력이 남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10·15 대책 이전 체결된 주택거래가 시차를 두고 실행되면서 주담대 수요가 밀려 들어왔다”며 “국내외 주식시장 반등 기대 등이 겹쳐 신용대출 ‘빚투’성 수요까지 증가해 총량 관리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당국은 6·27 대책 이후 은행권의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 목표를 기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여달라고 요청했지만, 연말을 앞두고 대출 잔액은 이미 목표를 넘어선 상태다.

총량 초과가 현실화되자 은행들은 연말 비상조치에 들어갔다. KB국민은행은 22일부터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주택구입 목적) 신규 접수를 전격 중단했다.

‘KB스타 신용대출’ 시리즈와 타행 대환대출도 일제히 막았다. 오프라인 영업점에서도 24일부터 올해 실행분 주담대 접수를 중단한다.

하나은행도 25일부터 주담대·전세대출 신규접수를 막는 조치를 시행한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아직 공식 중단 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타행 중단 여파로 수요가 몰릴 경우 비슷한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우리은행은 이미 주담대 월별 취급 한도를 점포당 10억원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신용대출은 11월 7일부터 대출비교 플랫폼 유입을 차단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12월은 평소 대출 비수기지만 타행 중단으로 쏠림이 과하면 조치를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과거에는 새해 총량 목표가 나오는 1월부터 대출 문이 다시 열렸지만, 현재의 강한 규제 기조가 유지되면 내년 1~2월에도 완화 폭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총량 초과에도 불구하고 이달 가계대출 증가세는 되레 가속되고 있다.

5대 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20일 기준 769조2738억원으로, 이달 들어 2조6519억원 증가했다.

이는 10월 한 달 증가폭(2조5270억원)을 이미 넘어선 수치다. 일평균 증가액은 1326억원으로 7월(1335억원) 이후 최대다.

주담대는 월간 증가 규모만 보면 아직 전월보다는 낮지만, 일 증가 속도는 오히려 더 빨라졌다. 특히 신용대출이 1조3843억원 늘며 2021년 7월 이후 4년 4개월 만의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가 막히면서 부동산 계약금·중도금 목적으로 신용대출을 활용하는 경우가 급증했다”며 “국내외 증시 반등 기대감으로 투자 목적 대출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이 새해 총량 목표를 받아 들 때까지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연말·연초 주택 실수요자의 불편은 상당할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도 수요 억제 효과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금융업계 관계자는 “규제 효과가 내년까지 이어지면, 주택시장 안정 여부와 관계없이 대출 흐름은 쉽게 풀리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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