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인력난 갇힌 수산업...지능형 보조로봇 투입 필요

▲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영남경제 자료
▲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영남경제 자료

경북 동해안 어업 현장이 ‘어업보조 로봇’ 도입을 매개로 국가 전략산업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고령화와 인력난, 기후위기까지 겹치면서 사람의 힘만으로는 산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자, 경북연구원이 어업보조 로봇을 별도 산업 축으로 키우는 국가 로드맵을 공식 제시하고 나섰다.

경북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경북 어업인구는 53.8% 줄었고, 65세 이상 비중은 42%에 달해 전국 최고 수준이다.

양망·운반·선별 등 고강도 작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노동강도가 높다”고 답한 비율은 90%를 넘고, 노동력 부족을 호소한 응답도 80% 이상으로 집계됐다. 반면 시설·장비 자동화 수준은 “매우 낮다”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문제는 단순히 인력을 더 투입하거나 보조금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구조적 난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해수온 상승, 이상기후로 양식장 환경 변동성이 커지면서 대규모 폐사가 반복되고, 어업인의 노동 강도와 위험 부담은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어업은 다른 1차 산업보다 노동 부담이 절대적으로 높으면서도 자동화 수준은 가장 낮은 산업”이라며 “지능형 보조 로봇을 통한 작업 대체와 자동화 없이는 지속가능성이 담보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현행 정책·법제도는 어업 로봇을 사실상 ‘없는 산업’ 취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 로봇산업 육성 전략과 국가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은 제조·물류·의료 중심으로 설계돼 있고, 농업은 스마트팜·농기계 자동화로 제도권에 편입됐지만 수산·어업은 조업보조·작업안전 분야가 통째로 빠져 있다.

지능형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에도 농업·의료·서비스 로봇 정의만 존재할 뿐 ‘어업·수산 로봇’은 규정 자체가 없다. 이 때문에 국가 R&D, 세제지원, 표준·인증, 보험·조달 체계 어디에서도 어업 로봇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공백을 메우기 위해 경북연구원은 이번 브리핑에서 ‘어업보조 로봇산업 국가 로드맵’을 제안했다. 핵심은 경북 동해안을 국가 해양 로봇 테스트베드이자 어업 로봇 특화 거점으로 삼고, 범부처 공동 R&D 체계를 구축해 독립 분야 산업으로 키우자는 구상이다.

우선 국가 R&D 전략 체계 내에 ‘어업 로봇’ 독립 분야를 신설해 제조·물류 중심인 로봇 정책 구조를 어업·수산 영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축이다.

양망·투망·인양·선별 등 연근해 어업 전 공정을 대상으로 단계별 기술 로드맵을 설정한 뒤, 선내작업·수중정비·양식장 관리 등으로 기능을 확장하는 방향도 제시했다.

해상은 염분·파랑·저시정 등 비정형 환경이 상시 발생하는 만큼, 실증 중심의 규제특례와 보험·조달 연계를 묶은 패키지 지원체계도 요구했다.

실해역 테스트베드에서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표준·인증 제도를 마련해 공공 조달과 민간 보험상품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법·제도 정비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경북연구원은 지능형로봇법에 ‘해양·수산 로봇’ 정의를 신설하고, 해양·어업 로봇을 공식 기술·산업 분류 체계에 포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올 2월 시행된 경상북도 로봇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에 ‘해양·어업 로봇’ 항목을 반영해 도 단위 기본계획과 전담 조직, 로봇 보급·실증 지원, 유지보수 지원 근거를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 인력 양성과 창업 생태계 조성도 빼놓을 수 없다. 어업보조 로봇은 기계·제어·수산·해양공학·AI가 결합된 고난도 융복합 산업이지만 관련 인력 풀은 턱없이 부족하다.

연구원은 경북대·포스텍·한국해양대가 연계하는 ‘지능형 해양로봇 융합전공’ 신설과 함께, 수산 로봇 시제품 제작센터·공용장비실 구축, 수산펀드를 활용한 로봇 특화 펀드 조성을 제안했다.

스마트 양식·해양 ICT R&D 사업과 연계해 학생과 연구자가 국가 연구개발 현장에 직접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현장 수용성은 이미 상당 수준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북 수산업 종사자의 88% 이상이 자동화 장비가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어업보조 로봇 도입에 긍정적인 비율도 80%를 넘었다.

다만 가장 큰 걸림돌로는 ‘장비 도입 비용 부담’이 꼽힌 만큼, 어항 단위 공용형 로봇 설치와 국가·지자체 초기 투자·조달이 확산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경북연구원은 “경북이 어업보조 로봇산업을 선도할 경우 수산업 회복과 해양 로봇 신성장 전략을 동시에 달성하는 ‘투 트랙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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