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상조 홍보 1시간 강연...강사 보려다 영업 듣는 구조...강의 중 상담 유도 문자까지...행사 내내 혜택 반복 강조 등...소비자 심리 현혹·압박 충분
보람상조의 유명인 무료 강연 미끼 영업이 포항에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람상조의 ‘쎈엄마’, ‘AI 특강’, ‘이호선 교수의 속 시원한 인생 솔루션’ 등의 무료 강연 미끼 영업이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당국의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유명 강사를 내세운 강연을 미끼로 시민을 모은 뒤 장시간 상품 홍보를 진행한다는 내용이었다. 취재진은 이 같은 영업 실태를 직접 확인해 보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강연 신청은 휴대전화 문자로 이뤄졌다. 같은 번호로 간단한 답신이 오더니, 실제 강연 안내 메시지는 또 다른 휴대전화 문자로 다시 발송됐다. 본사 번호나 사무실 번호가 아닌 번호로 문자가 오는 것이 시작부터 무언가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11월 14일 금요일, ‘포마레웨딩컨벤션’ 5층. 오전 10시 20분부터 1시 30분까지 진행된 ‘쎈엄마 무료 강의’ 현장에는 약 224석 규모의 강의실이 가득 찼다.
강연은 강연은 뒷전이고 보람상조 홍보부터 시작됐다. 강의 시간 중 두 시간 정도는 보람상조 상품 설명이 차지했다. 이호선 교수의 강의는 마지막에 1시간 정도만 배정됐다.
강연은 시작부터 ‘쎈엄마’ 프로그램 홍보로 문을 열었다. 이어 인스타그램 가입을 독려하는 시간이 있었고, 곧이어 보람상조의 오세희 수석본부장이 등장했다. 그는 자신을 “김미경 강사님과도 친분이 있다”고 강조하며 시민들의 신뢰를 얻으려는 듯했다.
곧바로 상조회 상품 설명이 시작됐다. 일반적인 상조 서비스보다는 자녀 결혼 상품, 크루즈 여행, 비아젬(생체보석),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 등이 집중적으로 소개됐다. 시민들이 상조회사라는 본질을 잊을 만큼 다양한 혜택과 장점을 부각시키는 방식이었다.
보람상조의 상술은 치밀하고 교묘했다. 이호선 박사의 강의가 시작되려는 순간에 보람상조는 참석자들을 상대로 상품 상당 홍보를 독려하는 문자를 발송했다. 강의가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 취재진의 휴대폰으로도 한 통의 문자가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보람상조라이프(문화금융GA)입니다. 가입 상담 문의가 많아 강연 종료 후 상담 부스를 운영합니다. 편하게 방문하시어 상담 받으시기 바랍니다.”
문자를 받은 일부 참석자들은 곧바로 가입 상담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강의장은 어느새 영업 현장처럼 변했다.
이처럼 무료 강연을 활용한 영업 방식은 현행법상 즉각 제재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 역시 이렇게 설명한다.
방식 자체는 합법의 영역에 있지만 소비자를 오도하거나 사실과 다른 정보로 가입을 유도할 경우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고객 유인 행위’ 또는 ‘기만적 표시·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
부당한 유인 행위에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거짓·과장 광고 금지, 기만적 광고 금지, 소비자 오인 유도 금지, 불공정 영업 행위 금지 등이 있다.
상조회사들이 강연이라는 형식을 이용해 소비자에게 ‘무료 혜택’을 제공한다고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장시간 영업을 진행한다면, 이는 충분히 문제 소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행사에서 명시적 강요는 없었다. 하지만 구조 자체가 ‘유명 강사 강연을 보러 왔다가 홍보를 듣게 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행사 내내 상조회사의 혜택이 반복 강조되면서 참석자들이 현혹되기 충분했다.
또한 강의 도중 발송된 상담 유도 문자, 그리고 사람 많은 현장에서의 분위기는 소비자에게 일정한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무료 강의라는 미끼에 이끌려 온 시민들이 결국 영업 대상이 된 현실을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가입 강요는 없었지만, 정교하게 설계된 심리적 유도 과정은 분명히 존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