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는 홍관스님, 법광스님 등 세 후보가 나섰지만 선광스님이 큰 표 차로 우위를 보이며 교구의 새 수장으로 낙점됐다.
선광스님은 조계사와 동화사에서 총무국장을 지낸 종무행정 전문가로,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등을 역임하며 교단 행정 경험을 폭넓게 쌓아왔다. 향후 중앙종무행정 절차를 거쳐 4년 임기의 동화사 주지직을 수행하게 된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교구 지도자 교체를 넘어, 최근까지 이어져온 동화사 내부 갈등과 총림 해제 논란을 수습해야 하는 중책을 안고 있다.
동화사는 올해 3월 조계종 중앙종회로부터 ‘팔공총림 해제’ 결정을 통보받으며 사찰 위상과 조직 구조 전반에 흔들림을 겪어왔다.
총림은 선원·강원·율원을 갖춘 수행·교학 종합 시스템으로, 특정 사찰의 위상을 상징하는 제도다. 해제 결정은 동화사의 정체성 문제까지 거론될 만큼 파장을 일으켰다.
동화사 측은 즉시 법원에 ‘총림 해제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조계종 중앙징계위원회가 감사국 특별감사 반복 거부 등을 이유로 당시 주지였던 혜정스님에 대한 직무정지 조치를 결정하면서 사찰 운영의 공백이 현실화됐다.
혜정스님이 주지직을 내려놓자 이번 산중총회가 열리며 새로운 지도부 선출 절차가 본격화됐다.
세 후보 모두 공약에서 ‘동화사 위상 회복’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는 점도 이번 선거가 갖는 무게를 보여준다.
팔공총림 해제 이후 수행·교육 시스템 재정비 뿐 아니라 신도 조직 안정, 지역사회와의 관계 회복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동화사는 대구·경북 불교계의 중심 사찰로서 지역사회 영향력이 크다. 총림 해제 후 내부 구성원의 반발과 중앙종단과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교구 운영의 안정성이 흔들렸고, 이번 주지 선출은 이러한 상황을 수습하는 첫 단추로 평가된다.
불교계에서는 선광스님이 비교적 안정적 행정 경험을 갖춘 만큼 갈등 조정과 교구 정상화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총림 해제 문제는 종단 중앙과의 협의·조정이 필요해 단기간 해결이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동화사가 새 주지를 중심으로 어떤 방향을 설정하느냐에 따라 향후 대구·경북 불교의 위상과 활동 반경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단순한 인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다.
김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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