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고부가 조립금속 회복세에 포항 제조업 숨통..."생산보다 가치 중심 구조로 전환 가속”
생산량 둔화에도 불구하고 고부가가치 조립금속과 철강제품 중심의 구조 전환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포스코에 따르면 9월 포항제철소의 조강 생산량은 113만9천톤으로 전년동월대비 1.8% 감소했다.
포스코 전체로는 276만9천톤으로 7.2% 줄었으며, 광양제철소의 감소폭(-10.7%)이 두드러졌다.
조강 생산이 3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인 것은 글로벌 철강 수요 부진과 자동차·건설 경기 둔화, 그리고 고환율에 따른 수출채산성 악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의 철강 수입관세(50%) 유지 결정과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본격 시행이 겹치면서, 포스코는 수출단가 경쟁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 여기에 탄소배출권 가격이 연초 대비 약 30% 이상 오르면서, 고로(高爐) 중심 제철소의 원가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조강 기준 생산량은 줄었지만, 고부가 제품으로 수익구조를 옮기고 있어 단순 톤당 지표만으로 산업 흐름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생산감소보다 수익성 확보에 방점을 두는 전략 전환이 본격화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포항 철강산단의 9월 전체 생산액은 1조1,610억 원으로 전년동월대비 1.3% 증가했다.
특히 1차금속(철강) 부문이 8,490억 원으로 1.2% 늘었고, 조립금속이 1,226억 원으로 무려 16.2% 급증했다.
자동차·기계부품·철강가공 중소기업의 수주가 늘고, 일부 조선기자재 기업의 납품이 재개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석유화학(-1.8%)과 비금속(-7.4%) 부문은 부진했지만, 철강·조립금속 중심의 산업 생태계가 지역 제조업을 지탱했다.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조강 생산이 줄었지만, 철강을 가공해 부품·제품 형태로 내보내는 기업들의 실적은 오히려 개선됐다”며 “포항의 산업구조가 점차 ‘생산량 중심’에서 ‘부가가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최근 철강산단 내 중소기업들의 납품단가가 개선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자동차용 강판, 전기강판, 구조용 강재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이 확대되며 내수 수요가 늘었고, 포항지역 일부 가공업체는 월 매출이 10~15%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또한 수익성 확보를 위해 ‘프리미엄 철강’ 중심의 주문 생산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수소환원제철(HyREX) 파일럿 구축과 전기강판 전용라인 투자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탄소배출권 비용 부담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고로 감산과 탄소권 가격 상승이 이익률을 제약하고 있다.
포항제철소 관계자는 “수출환경이 좋지 않은 만큼 고부가 제품 중심의 내수 확대, 효율 개선으로 버텨야 하는 시기”라며 “환경비용을 감안한 ‘친환경 철강원가’ 체제로 빠르게 전환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포항본부 관계자는 “생산 감소에도 지역 제조업 체감경기가 크게 위축되지 않은 것은, 산업단지 내 중간재 및 부품업체의 매출이 버팀목이 되었기 때문”이라며 “단기적 수출 부진보다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산업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분석했다.
강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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