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 전환에도 상승 기대는 지속된다는 한국은행 연구결과… 금리 인하 시 경기·투자효과는 약하고, 집값 상승은 더 커질 가능성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합리적 기대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승세를 보인다.
실제로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해도 상당수 소비자는 “앞으로 더 오른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장이 이미 하락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승 경험과 뉴스가 기억에 더 강하게 남아 형성된 ‘편향된 확신’이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심리를 ‘진단적 기대(Diagnostic Expectations)’로 설명했다.
이는 최근의 상승 경험을 과대평가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 해석하는 인지적 편향으로, 시장이 하락하더라도 기대가 완전히 식지 않는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주택가격전망지수(CSI)는 실제 가격보다 늦게, 혹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 개념을 주택시장 DSGE 모형에 적용해 금리 인하 효과를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금리를 내려 경기 부양을 시도하더라도 집값이 더 크게 오르고, 실물경기 회복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시장이 이미 “집값은 계속 오른다”고 믿는 상황에서의 금리 인하는 자금을 투자나 소비보다 부동산으로 몰리게 해 가계부채 확대와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결국 한국 주택시장의 핵심 변수는 금리 수준보다 ‘기대의 온도’라는 결론이 나온다. 기대가 과열될수록 정책 효과는 약화되고, 심리가 정책보다 앞서 가격을 움직인다.
즉 “금리 인하가 집값을 올리는 게 아니라, 집값이 오른다고 믿는 심리가 시장을 더 뜨겁게 만든다”는 것이다.
한은은 이에 따라 단기 경기 대응을 위한 금리 조정만으로는 주택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갑작스러운 규제 완화나 강화의 반복을 피하고, 정책의 방향성을 시장이 예측할 수 있도록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한 금리 인하가 불가피할 경우에는 LTV·DSR 등 거시건전성 규제를 병행해 과도한 기대를 식히는 정책 신호를 함께 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결국 숫자가 아닌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앞으로의 주택 안정은 공급과 금리, 대출 규제보다 ‘기대 관리’에 달려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 메시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