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급망 재편 수혜 기대에 급등… LFP 양산·고객 확보는 ‘아직’...실적 개선 불구 지주사 할인·차익 실현 움직임도 뚜렷

2차전지 지주사 에코프로가 불과 한 달 만에 주가가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확산 기대감과 미국의 공급망 재편이 맞물리며 투자심리에 불을 붙였지만, 증권가에서는 단기 과열 우려와 기술 상용화의 시간차를 동시에 지적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 주가는 지난달 1일 4만7350원에서 11월 10일 9만4100원으로 98.7% 상승했다.

4일에는 10만24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12일 오전 9시 현재 주가는 9만2700원대로 소폭 조정을 받고 있다.

이번 급등은 ESS(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시장의 성장 기대감이 직접적 촉매로 작용했다.

미국이 내년부터 중국산 ESS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중국산 부품을 제외함에 따라 한국 배터리 소재 기업들이 수혜주로 부각된 것이다.

iM증권은 “미국 연방 세액공제(ITC) 제도 개편의 핵심은 중국 등 외국산 공급망 의존도 축소”라며 “국내 2차전지 소재 기업들의 북미 진출 가속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은 에코프로의 자회사 에코프로비엠의 LFP(리튬인산철) 양극재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LFP는 니켈·코발트 등 희유금속 사용을 줄여 원가 경쟁력이 높고, ESS용 배터리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양산 시점이 경쟁사 대비 늦고 고객 확보도 미진하다고 지적한다.

교보증권은 “에코프로비엠은 LFP와 고전압 미드니켈, 리튬망간리치(LMR) 양극재를 개발 중이지만 양산까지는 최대 2년이 필요하다”며 “단기적으로는 출하량 감소와 미국 전기차 시장 부진의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퓨처엠 모두 아직 주요 LFP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ESS용 LFP 중심으로 형성되는 미국 시장의 직접적인 수혜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에코프로는 올해 3분기 매출 9597억원, 영업이익 149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61.5% 매출 성장과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충북 오창에 연간 4000t 규모의 LFP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차세대 4세대 LFP 양극재 공급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지주사 할인(holding discount) 요인과 자사주 부족을 약점으로 꼽는다.

에코프로는 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머티 등 핵심 자회사를 거느린 지주사지만, 자체 사업 비중이 낮아 연결 실적에 비해 시장에서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는다.

또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이 가능한 구조적 호재가 부각됐으나, 에코프로의 자사주 잔량은 3,496주(지급 후 기준)로 미미한 수준이다.

주가 급등 시기인 10월 중순 이후에는 외국인의 차익 실현이 뚜렷했다.

에코프로 주가가 일간 10% 이상 급등했던 10월 16~17일, 22일에는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졌지만, 최근 5거래일(4~10일)간은 1,538억 원 규모의 순매도가 발생했다.

이동채 회장의 친인척들도 10~11월 사이 총 2,400여 주를 장내 매도하며 최대 1억 원대 차익을 실현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을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성 매도”로 보고 있다.

실제 주가가 한 달 새 2배 가까이 오르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단기 매수세가 집중된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비중을 축소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증권가는 에코프로의 중장기 성장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단기 과열 국면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을 주문한다.

ESS 시장 확대와 미국 내 공급망 재편이라는 구조적 호재는 분명하지만, 실적 반영까지는 최소 1~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 투자전략가는 “에코프로는 수직계열화된 친환경 소재 그룹으로 중장기 성장성은 확실하지만, LFP 상용화 지연과 외국인 매도세, 고평가 부담이 단기 조정 요인”이라며 “단기 급등세 이후의 가격 변동성 확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영남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