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에는 북한을 자극해 긴장을 고조시키고, 이를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으로 활용하려는 정황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특검이 공개한 첫 메모는 지난해 10월 18일 작성됐다. 여 전 사령관은 “불안정한 상황에서 효과를 볼 기회를 공략해야 한다”며 “불안정 상황을 만들거나 만들어진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적었다.
특검은 이를 “계엄 요건을 만들기 위한 의도적 긴장 조성”으로 해석했다.
여 전 사령관은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평양, 핵시설, 삼지연, 원산 관광지, 김정은 휴양지 등이 ‘도발 유도 표적’으로 나열됐다. 특검은 “지속적 드론 투입이나 과감한 작전으로 저강도 분쟁을 일상화하려는 의도”가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며칠 뒤 작성된 메모에서는 “핵실험”, “ICBM” 등 북한 전략 도발을 언급하며 “군사적 명분화 가능?”이라고 적었다. 특검은 “북한 도발을 계엄 추진의 근거로 삼으려는 고민이 엿보인다”고 했다.
10월 27일 메모에는 정치인·시민단체 인사들에 대한 체포 준비 정황이 등장한다. 여 전 사령관은 “포고령 위반 최우선 검거”, “휴대폰·자택주소 확인”, “행정망·경찰망·건보 등”을 기록했다.
특검은 이를 “계엄 시 활용을 위한 체계적 정보 수집 계획”으로 판단했다.
11월 5일 메모에서는 고위 지휘관 간 논의가 이뤄진 단서가 나온다. 지상작전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 방첩사령관 등 4인을 ‘ㅈㅌㅅㅂ’로 표현하고 “공통된 의견”, “각오하고 있음”, “통제불가 상황이 와야 함” 등 문구가 기록됐다.
11월 9일 메모에서는 정치권·시민사회 주요 인물 14명의 실명이 일괄 적혔다. 이재명, 조국, 한동훈, 정청래 등 정치인은 물론 시민단체 인사까지 포함됐다. 특검은 “계엄 발령 시 체포·압수 대상 목록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검 관계자는 “메모는 개인적 의견이 아니라 구체적 준비·검토 과정이 기록된 자료”라며 “긴장 조성→명분 확보→체포 준비까지 일련의 흐름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이번 메모 공개는 비상계엄 논의 내부 과정의 실체를 드러내며 정치권과 군 내부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강신윤 기자
max24876@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