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 역할 마비로 세입자 부담 급등…보험료 최대 4배 상승 전망...보증금 반환 불안에 전출 가속…신규 전입은 사실상 불가능...입주민 호소에도 영천시 “형평성 문제로 행정 불가” 답변만 반복
영천지역 대표 민간임대아파트 ‘아이존빌스타’가 임대사업자 부도로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임대사업자인 DS종합건설이 법정관리로 사실상 부재중인 가운데 오는 15일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보험 만료를 앞두고 입주민들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HUG 주택도시보증공사는 “갱신 절차상 우선 서류만 제출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입주민들은 “보험료 납부까지 이뤄져야 갱신이 되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임대사업자가 사실상 기능을 상실한 상황에서 서류만으로 보증이 유지된다고 믿기 불안해하는 세대들이 많다”며 걱정스러운 심정을 전했다.
더욱이 입대의에 설명한 것과 다르게 HUG는 본지 기자와의 통화해서 서류만 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심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경우에 따라서는 보증 연장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임대주택에 대한 보증가입의무는 원칙적으로 임대사업자 DS종합건설에 있다. 그러나 보증 연장 의사가 없다고 밝히면서 이처럼 보증기간이 만료됐고 임차인이 개별적으로 보증료를 납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동안 보증금 8천만원 기준 세대의 연 보험료는 약 25만원 수준이었지만, 이번 갱신에서는 임대인의 부재로 90만~100만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HUG는 “임대인 없이도 갱신 자체는 가능하다”고 설명하지만, 임대인 대신 세입자들이 이 금액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이존빌스타는 총 852세대 규모로, 이 중 693세대가 임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504세대가 HUG 보증보험에 가입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나머지는 법인 임차 또는 미가입 상태다. 입대의에 따르면 약 200세대가 이미 보증금 반환을 신청했고, 이 중 수십 세대는 실제로 단지를 떠난 상태다.
보증금을 언제까지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탈출 러시가 가속화되고 있다. 입주민들은 최근 영천시와의 면담에서 최소한 보험료의 일부라도 지원해 달라며 “10만 원이라도 좋다. 최소한의 도움이라도 절실하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영천시는 “행정이 개별 민간임대 단지의 보험료를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 문제로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모든 요청을 거부했다.
입대의 측은 “주거 안정 차원에서 분양 전환을 독촉하거나 아파트에 공문 안내라도 해달라 했지만, 시는 어떠한 행정행위도 할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탈출이 이어지면서 관리비 부담도 급격히 늘고 있다. 전체 852세대 중 200세대가 빠져나갈 경우, 공용관리비 분담률은 약 23%가량 상승한다. 원래는 임대인이 이를 납부해야 하지만 이 또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세대당 부담이 커질수록 추가 전출은 더욱 이어진다. 더군다나 신규 전입은 임대인 부재로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 전출만 늘고 전입은 없는 단지가 되면서 사실상 유령화될 위험도 제기되고 있다.
임대아파트 특성상 입주민이 납부하지 않는 수선충당금은 임대사업자인 DS종건이 부담해야 하지만, 법정관리 상태에서 납부가 언제까지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이에 따라 향후 시설 보수나 공용부 유지 관리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보증보험이 가입돼 있다면 절차는 다소 복잡하더라도 보증금 자체는 보호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탈출 세대 증가, 공실 확대, 행정의 소극적 대응이 겹치며 단지 분위기가 급격히 위축된 상태다.
입주민 대표는 “아이존빌스타는 한때 저렴한 월세와 좋은 입지로 ‘줄 서서 들어오던 아파트’였지만, 이제는 나가는 세대를 붙잡지 못하고 있다”며 “전출 세대가 대구·포항·경산으로 빠져나가며 영천시 인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천시는 “현재로서는 DS종건이 법정관리 상태라 직접 개입할 수 있는 행정행위가 없다”며 “1순위 채권자인 우리은행, HUG 등과 사태는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입주민들은 “700세대 가까운 임대주택이 붕괴할 우려가 있는데 시가 너무 안일하다”며 “분양 전환을 중재하든지 입주민을 안심시킬만한 최소한의 장치라도 해줘야 하는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보증보험이 있다고 해서 불안이 사라지진 않는다”며 “행정과 금융기관이 협력해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을 최소화하는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손주락·이정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