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급락장서 MTS 먹통…KRX·美 블루오션 등 잇단 사고, 신뢰도 ‘흔들’

증권사 전산장애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고질병이다. 거래 시스템이 고도화·자동화될수록 오류의 유형도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가운데, 최근 키움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장애가 또다시 투자자 불안을 자극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전날(6일) 오후 10시 20분부터 30분가량 MTS ‘영웅문S#’에서 접속 오류가 발생했다. 앱 소프트웨어 결함이 원인이었다.

이용 장애는 30분 만에 복구됐고, 해외주식 전용 앱(영웅문SG)이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은 정상 작동했지만 하필 당시 뉴욕증시가 인공지능(AI) 거품 논란과 미국 대규모 감원 소식으로 급락하던 상황이라 투자자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키움증권은 지난 4월에도 이틀 연속 전산장애를 겪었다. 4월 3일에는 개장 직후 주문 폭주로 주문 체결이 지연되거나 오류가 발생했고, 다음날인 4일에도 MTS 주문 체결이 지연됐다. 당시 회사 측은 “주문량 폭주로 접속서버 병목현상이 발생했다”며 이번 사례와는 원인이 다르다고 해명했다.

전산 장애는 비단 개별 증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3월 18일에는 한국거래소(KRX) 자체 거래 시스템 오류로 코스피 시장 전체 주식 거래가 약 7분간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거래소 통합 이후 정규장 거래가 전면 멈춘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었다.

당시 원인은 넥스트레이드(NextTrade) 출범과 함께 도입된 ‘중간가 호가’ 로직이 기존 시스템과 충돌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거래소 측은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검증 절차를 강화했지만, 증권가에서는 “거래 인프라의 안정성에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해외시장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8월 5일 미국 대체거래소(ATS) **‘블루오션’**의 전산 오류로 국내 증권사의 미국 주식 주간거래가 일제히 중단됐고, 블루오션은 당일 모든 거래를 취소했다. 이로 인해 한국 내 주간거래 서비스는 1년 2개월간 멈춰섰다가 올해 11월 4일에야 재개됐다.

이처럼 전산장애의 원인은 주문 폭주, 소프트웨어 결함, 시스템 간 충돌 등 제각각이다.
2020년 4월에는 키움증권 HTS가 ‘마이너스 유가’를 인식하지 못해 미니 크루드오일 5월물 거래가 중단됐고, 2019년에는 유진투자증권의 HTS·MTS가 3시간 가까이 먹통이 되기도 했다.

증권사들은 시스템 용량 확충과 장애 대응 매뉴얼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투자자 불신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고 유형이 매번 달라 완전 차단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문제 발생 시 신속한 공지와 복구가 투자자 보호의 최소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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