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부 3대 원칙 제시...시장 자율 조정 여건 조성...공급과잉 설비 조정 지원...경쟁력 유지품 ‘선제 투자’
정부가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 대책을 발표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4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철강 산업 고도화 방안'은 국내 철강산업이 공급과잉과 산업 성숙으로 날로 경쟁력을 잃어가는 현실을 타개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을 담고 있다.
공급과잉으로 출혈 경쟁 양상이 나타나는 철근 품목에 대해서는 정부가 주도해 과잉 설비를 조정하고,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저탄소·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을 위한 지원에 방점이 찍혔다.
산업통상부는 이날 대책에서 '설비 규모 조정' 카드를 처음 꺼내며 '3대 원칙'을 제시했다.
먼저 공급과잉 품목 중 시장 자율적 조정 계획이 미진한 경우 정부가 나서서 자율적 조정 계획 도출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꼽은 생산 조정 품목은 철근이다. 철근은 연간 수입 규모가 20만t 내외로 수입재 침투율이 3%로 낮은 수준이어서 국내 생산 감축에 따른 업황 개선 효과가 큰 품목으로 조사됐다.
철근은 기술력이 많이 필요한 제품은 아니어서 중소 철강 업체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데, 국내 건설 불황으로 수요가 줄고 수출마저 여의치 찮은 상황이어서 업계에서도 정부의 역할을 기대해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이 호황기일 때는 철근 업체들이 높은 이익을 거뒀지만, 건설 공사가 줄면서 시장의 파이가 줄었고 수출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철근이 업계에서도 가장 시급한 문제로 지적돼 정부가 콕 집어 대책을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구체적인 철근 생산 설비 조정 계획은 업계와 상의해 구체화할 방침이다.
공급 과잉 품목 중에서도 기업의 설비 조정 계획이 있는 형강이나 강관 같은 경우는 정부가 이를 지원하기로 했다.
형강의 경우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생산하는데, 현대제철은 앞서 포항 2공장에 대한 휴업을 진행한 바 있고, 동국제강도 인천공장 생산을 일시 중단하는 등 공급과잉이 대응하며 추가 감산 계획을 세우고 있어 정부도 기업의 자율적 생산 조정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특수강·전기강판 등 품목에 대해서는 과감한 선제 투자로 미래 시장을 연다.
열연강판의 경우 1t당 80만원대지만, 특수강인 고망간강은 1t당 400만원대, 전기강판 무방향성 제품은 1t당 200만원 선에 판매되는 만큼 특수강 전환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2030년까지 조선·에너지용 극한 환경 특수탄소강을 개발해 기술력 글로벌 1위를 달성하고, 자동차, 방산, 항공 우주용 초고강도 특수탄소강 개발 등 목표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10개 특수탄소강 분야에 2천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지원에 나선다. 이를 통해 현재 12% 수준인 전체 철강 제품의 특수탄소강 비율을 20% 이상으로 확대한다.
글로벌 환경 규제 등에 대응하기 위해 저탄소 전환이 철강 업계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지난 6월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한 수소환원제철 전환을 2050년까지 완료하기 위한 연구개발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철강 업계에서는 수소환원제철 전환을 이루기까지 약 40조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는 수소환원제철 전환 지원 관련 내용이 철강산업 특별법에 반영될 수 있도록 국회와 협의하기로 했다.
수소환원제철 도입을 추진하면서 과도기 전기로, 브리지 기술로 설비를 전환하는 데 필요한 지원도 병행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각국이 기간산업인 철강산업을 지키기 위해 무역장벽을 높이는 상황에서 제3국을 경유한 저가 철강 유입 등을 막기 위한 제도 강화에도 나선다.
반덤핑 등 무역구제 조치를 공정하게 진행하면서 관세청-산업부-철강협회 등 관계기관 간 협업 체계를 구축해 불공정 수입재 단속을 강화하고, 내년부터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한 품질검사증명서(MTC)를 의무화해 조강국과 품질 확인을 강화한다.
아울러 KS 표준 강화를 통해 철강재를 사용·가공하는 품목의 원산지 표기 대상을 철근에서 H형강, 열연·후판 등 판재류로 확대하고, 도장 강판의 도금부착량 평가를 도입하는 등 수입 제품 등에 대한 인증을 강화한다.
철강업계는 정부의 이번 대책을 반기면서도 대책이 실효성 있게 작동하도록 사후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철강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강제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설비 규모 조정 등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지원 방침을 담아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방향이 나온 만큼 철강 업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시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철강 업계 다른 관계자는 "현재 철강 산업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정책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오늘 발표된 대책을 중심으로 정부 정책 추진 방향에 맞춰 산업 고도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