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도가니 재활용해 리튬 회수 고도화...초미세 분쇄해 황화리튬 전환 신규 프로젝트 추진

이차전지 소재기업 에코프로 그룹이 전고체배터리 시대를 겨냥해 핵심 원료인 ‘황화리튬(Li₂S)’ 생산기술 확보에 나섰다.

그룹 내 중간소재 리튬사업을 맡고 있는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이 폐도가니 재활용 기술을 기반으로 황화리튬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R&D)에 착수한다.

글로벌 전고체 시장 상용화 시점이 2027년으로 다가오면서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폐도가니에서 회수한 리튬을 초미세 분쇄해 황화리튬으로 전환하는 신규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

폐도가니는 양극재 소성 공정에서 반복 고열 과정으로 리튬과 반응해 변질된 공정용 용기다. 이를 미세 파쇄해 분말로 만들고, 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을 에코프로그룹이 선제 확보해 왔다.

황화리튬은 전고체배터리용 고체전해질 원료로, 리튬이온 이동 통로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소재다.

액체전해질 대비 이온 이동 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에 극소 입자 크기 제어가 필수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에 따라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평균입도 2㎛ 이하(D50)·90% 이하 30㎛(D90) 수준의 분쇄가 가능한 최신 밀(Mill) 장비를 도입하고 전담 연구조직을 구성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 재활용을 넘어 ‘리튬 자급화 및 소재 포트폴리오 확장’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I가 2027년 전고체 양산 계획을 밝힌 데 이어 LG에너지솔루션, SK온도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 등 글로벌 배터리사들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코프로그룹이 핵심소재를 미리 확보해 공급망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라는 평가다.

에코프로그룹은 이미 2023년 폐도가니 리튬 회수 기술 관련 특허를 출원했으며, 국책사업으로 정부와 공동 추진 중이다.

도가니는 약 30일 주기로 교체되며, 글로벌 폐도가니 발생량은 올해 210톤에서 2030년 610톤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회사는 해당 기술을 통해 별도의 열처리 없이 리튬 회수율 95% 이상 달성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폐도가니 재활용은 원재료 수급 불안을 해소하고, 폐기물을 줄여 ESG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에코프로그룹이 강조해온 ‘클로즈드 루프(Closed Loop)’ 전략, 즉 소재 제조부터 회수·재활용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순환 체계를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

리튬 가격 흐름 역시 프로젝트 추진 배경으로 꼽힌다. 올해 초 1㎏당 8~9달러까지 떨어졌던 리튬 가격은 전기차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 여파로 저점을 찍었으나, 내년에는 15달러 이상으로 반등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가 올해 1400만대에서 내년 최대 1650만대로 확대될 전망인 가운데, 전고체 전환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리튬 수급 경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리튬 회수 및 황화리튬 생산 기술은 미래 배터리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기술 고도화를 병행하고 있으며 상용화 일정도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원 순환형 소재 공급망 구축을 통해 글로벌 고객사의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고체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대비 발화 위험이 낮고 에너지 밀도와 주행거리 개선이 가능한 차세대 전지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전고체 시대 도래에 따라 소재사 간 ‘기술 내재화·공급망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에코프로의 황화리튬 프로젝트는 이런 변화 속에 그룹의 핵심 성장축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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