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주가 1년 넘게 이어진 조정 국면을 끝내고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특히 엘앤에프·에코프로 등 소재주를 중심으로 폭등세가 나타나며 ‘배터리 르네상스’ 기대가 커지고 있다.
증권가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핵심 인프라로 부상한 점을 주요 촉매로 지목한다.
실제 이달 이차전지주는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들어 엘앤에프는 97.85%, 에코프로는 96.21% 급등했다. LG에너지솔루션(47.91%), 삼성SDI(61.46%), 포스코퓨처엠(63.41%), 에코프로비엠(51.95%), 에코프로머티(40.59%), SK이노베이션(36.32%) 등 주요 종목도 30~60%대 강세다.
AI가 촉발한 ‘ESS 대전(大戰)’이 투자심리를 자극한 측면이 크다. NH투자증권은 “엔비디아가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인프라로 ESS를 명확히 지목했다”며 “배터리 기반 저장장치(BESS)가 신재생 보조 역할을 넘어 AI 연산 체계의 필수 자산으로 격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도 회복 조짐을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EV) 수요 둔화와 북미 보조금 축소 속에서도 3분기 매출 5조6999억 원, 영업이익 6013억 원을 기록했다. 세액공제(AMPC)를 제외해도 2358억 원 흑자를 냈다.
업계는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이 실적을 방어했다고 본다. LG에너지솔루션의 ESS 이익 기여도는 2025년 14%→2026년 47%→2027년 43%로 확대될 전망이다.
엘앤에프 역시 LFP 체제로의 전환이 ‘대반전’ 배경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글로벌 소재사 중 비(非)중국권에서 가장 먼저 미국에 LFP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내년 3분기 연 3만t 규모 캐파(CAPA)를 확보한 뒤 동일 규모를 추가 증설한다. 미국 내 ESS 시장이 LFP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점이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물론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급반등 이후 단기 과열 구간”이라며 경계론을 내놓는다.
신한투자증권은 “그동안 악재에만 반응하던 국면에서 시장이 강세 전환되며 순환매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며 “중국 공급 개혁, 한미 정상외교, ESS 수요 확대 등이 긍정 요인이나 소재업체 실적 회복 속도에는 변수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폐지가 향후 변수다. 한화투자증권은 “미국 ESS 수요는 LFP 중심으로 커지지만 국내 양극재 업체는 아직 NCM 기반”이라며 “양극재 기업의 직접 수혜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보조금 폐지 이후 일부 완성차 업체가 가격 인센티브를 내놓고 있으나 판매 둔화 우려는 여전하다.
단기 급등세에 대한 경계 목소리도 높다. LS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은 EV향 매출 비중이 여전히 60% 수준”이라며 “4분기 이후 EV 성장 둔화가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하나증권도 “삼성SDI는 유럽 점유율 하락과 북미 하이브리드 확대 여파로 전기차 부문 손실이 내년·내후년 각 1조5000억 원대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단기 변동성은 불가피하지만 방향성은 분명하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 시대에는 ‘전력 저장’이 반도체만큼 중요한 테마가 된다”며 “이차전지주는 단기 과열 조정이 와도 중장기 성장 스토리는 유효하다”고 말했다.
- 기자명 김만영 기자
- 입력 2025.11.03 19:41
- 수정 2025.11.03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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