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생산 거점 확보 전략...채굴·제선·제강·압연 일관社...“2029년까지 기다릴 시간 無”
포스코그룹이 미국 클리블랜드클리프스(Cleveland-Cliffs) 지분 인수에 나선다.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최대 50% 관세를 부과하면서 대미 수출이 급감하자, 포스코가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확보해 관세 장벽을 우회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한 데 이어 포스코도 미국 현지 생산 체제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최근 내부 회의에서 “2029년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와 현대차그룹이 8조5000억원을 투입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제철소를 건립 중이지만, 가동 시점은 2029년이다.
포스코는 “미국 시장에서 버티기엔 수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지분 투자를 통한 미국 내 직접 생산 방안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클리블랜드클리프스는 미국 내 철광석 채굴부터 제선·제강·압연까지 갖춘 일관 제철기업이다.
미네소타주 광산을 기반으로 인디애나·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 등에 제철소를 운영하고 있다. 작년 매출은 192억달러(약 27조원)로 US스틸(150억달러)보다 크며, 직원 수는 3만 명에 달한다.
포스코의 대미 철강 수출은 관세 충격으로 급감하고 있다. 한국의 올해 1~8월 대미 철강 수출량은 173만톤(21억4000만달러)으로 전년 대비 10.1% 감소했다.
특히 25%였던 관세가 지난 7월부터 최대 50%까지 인상되면서 7~8월 수출 하락폭이 확대됐다. 한국철강협회는 하반기 대미 수출이 상반기 대비 약 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포스코는 이미 현대제철과 함께 루이지애나 제철소 건설에 착수했으나, 가동까지 최소 4~5년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현지 생산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단기간에 생산 인프라를 확보하려면 기존 공장 및 공급망을 가진 클리블랜드클리프스와의 제휴가 가장 현실적이라는 분석이다.
클리블랜드클리프스 역시 포스코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회사는 약 11조원 규모 부채를 보유하고 있어 친환경 전기강판 등 고급 제품 확대를 위해 외부 자본을 찾고 있다.
포스코는 기술력과 자본을, 클리블랜드클리프스는 현지 생산 기반과 고객망을 제공해 상호 보완적 구조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포스코홀딩스는 6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 7조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7년까지 1조2000억원 추가 창출 계획을 세워 놓았다. 업계는 포스코가 1조~3조원 수준의 전략 투자를 진행해도 재무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대응하는 ‘포스코판 미국 전략’으로 평가한다.
일본제철이 미국 내 생산기지를 확대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포스코도 미국 내 생산과 공급 체계를 강화해 시장 주도권을 지키고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이번 투자와 함께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MASGA)와의 연계도 추진할 계획이다.
MASGA 본격 추진 시 미국 내 대규모 후판 수요가 발생할 전망이며, 클리블랜드클리프스 제철소를 활용하면 미국 현지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 또한 GM·포드·스텔란티스 등 클리프스 고객사를 통해 자동차강판 시장 공략도 가능해진다.
이주태 포스코홀딩스 대표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미국 내 고객에게 미국산 철강을 공급하고 쌓아온 신뢰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