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덴드라이트 억제하는 3차원 다공성 구조체 개발해 배터리의 수명과 안정성을 동시에 잡아내···포항 배터리 산업 산학연의 모범이 될까?

POSTECH·중앙대 연구팀이 전기차 배터리의 폭발 위험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전극 구조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POSTECH
▲ 박수진 교수 ⓒPOSTECH

POSTECH·중앙대 연구팀이 전기차 배터리의 폭발 위험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전극 구조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국가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건수는 2018년 3건에서 2023년 72건으로 5년간 24배 급증했다. 지난해 8월 인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폭발 사고는 차량 87대를 전소시키고 793대를 손상시켰으며, 23명이 연기 흡입으로 병원에 이송되는 등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POSTECH 화학과·배터리공학과 박수진 교수와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문장혁 교수가 이끄는 공동연구팀은 리튬금속 배터리의 수명과 안전성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3차원 다공성 구조체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화학 분야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다.

리튬금속 배터리는 차세대 고용량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지만, 충전과 방전 과정에서 리튬이 뾰족한 바늘 모양으로 성장하는 '덴드라이트(dendrite)' 현상이 발생한다는 치명적 약점을 갖고 있다. 이 바늘 형태의 구조물이 배터리 내부 분리막을 관통하면 단락이 발생해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전극 내부에 직선형 통로를 형성하고, 깊이에 따라 리튬 친화도를 차등 배치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연구팀이 제시한 비유에 따르면,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입구가 좁고 통로가 복잡하면 차량들이 입구에 집중되지만, 넓고 직선형 진입로를 만들고 지하층일수록 주차 공간을 확대하면 차량들이 자연스럽게 아래층부터 질서정연하게 배치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연구팀은 물과 기름의 상분리 원리를 활용한 '비용매 유도 상분리' 공정을 통해 이 구조를 구현했다. 고분자에 탄소나노튜브와 은 나노입자를 혼합해 전기전도성을 확보하고, 구리 기판 위에 은층을 코팅해 리튬이 바닥부터 성장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리튬이 아래에서 위로 순차적으로 쌓이는 '상향식 증착'이 실현됐고, 위험한 덴드라이트 발생을 완전히 억제할 수 있었다.

이 기술을 적용한 배터리는 중량 기준 398.1Wh/kg, 부피 기준 1516.8Wh/L의 높은 에너지 밀도를 달성했다. 현재 전기차에 주로 사용되는 NCM811, LFP 양극재와 결합한 파우치형 전지에서도 적은 전해액 사용량과 낮은 음극-양극 비율이라는 까다로운 상용화 조건에서 우수한 성능을 입증했다.

박수진 교수는 "복잡한 공정 없이 전극 내부 이온 이동 통로와 리튬 증착 방식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며 "전극 내부의 경로와 방향을 함께 설계하는 전략이 리튬금속전지 실용화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장혁 교수는 "단순한 공정으로 전극의 미세 구조와 화학적 구배를 동시에 설계할 수 있어 대량생산에 최적화된 기술"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한 지역경제 전문가는 "여러모로 위협받고 있는 포항 배터리 산업에 산학연의 모범적인 사례가 되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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