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2.50% 유지···원화 약세·가계대출 부담 속 부동산시장 ‘긴 호흡’ 조정기 진입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2.50%)으로 동결할 했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연이어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추가 유동성 공급이 ‘영끌 매수’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올해 6·27 대책과 10·15 추가 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9월 이후 평균 0.3~0.5%의 상승률을 보이며 시장 과열 조짐이 이어지고 있다. 한은은 이에 따라 “금리를 낮춰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일은 피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만큼의 유동성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이 발언을 사실상 “연내 동결 기조 유지”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최근 환율 불안 역시 한은의 동결 판단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10월 셋째 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31.0원을 기록하며 4월 말 이후 5개월 반 만에 다시 1,430원대를 돌파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3M T/B 3.86%)가 한국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 따른 달러 강세 영향이다.

달러인덱스(DXY)는 98.9로 한 달 새 1.15% 상승했고, 엔화(USD/JPY)는 151.98엔까지 약세를 보였다. 반면 유럽 주요국 국채금리는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가며 글로벌 자금이 여전히 미국으로 쏠리는 흐름을 보여준다.

주식시장은 인플레이션 둔화 기대감 속에 강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22,740포인트, 연초 대비 17.8% 상승, 다우존스지수는 46,590포인트로 연간 9.5% 상승했다.

유가는 WTI 기준 배럴당 59.3달러로 한 달 새 5% 가까이 하락, 금값은 4,098달러/oz로 전년 대비 56% 급등하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이 같은 외환시장 불안 속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출 경우 원화 추가 약세 및 자본유출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이번 동결은 “시장 안정 차원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반기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재차 확대되는 것도 부담이다. 9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087조 원, 전월 대비 0.6% 증가했다. 금리 인하가 조기에 단행될 경우, 이 같은 부채 증가세가 다시 가속화될 가능성이 부각 되고 있다.
저작권자 © 영남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