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지원, 직무대행으로 현 수석부위원장 임명하면서 잡음...노조 “내달 20일 재선거 실시”… 조합원들 “신뢰할 수 없다”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이 경북교육청 교육실무직노동조합(이하 교육실무직노조) 현 위원장 K씨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지난 9월 2일 ‘경북교육청 교육실무직노조, 가처분 제기… “현 위원장 직무정지해야”’라는 제하의 본지 보도가 법원의 판단으로 확인되면서, 노조 내 민주적 절차 위반이 사실상 사법적으로 인정됐다.
이번 결정은 22일 김천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조은경)에서 내려졌다. 법원은 “조합 규약 제30조에 따라 위원장은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선출돼야 한다”며 “단독 후보라 하더라도 찬반투표를 생략할 수 없으며, 무투표 당선은 적법한 선출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법원은 본안 판결 확정 시까지 현 위원장의 직무 수행을 중지하고, 수석부위원장인 L씨를 직무대행자로 지정했다.
이 사건의 발단은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위원장은 단독 후보로 입후보해 선거관리위원회의 무투표 결정에 따라 당선이 공고됐다. 그러나 규약에는 ‘단독 후보일 경우에도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었다.
특히 K 위원장은 조합원의 교육 및 회계 부실, 노조 사무실 소극 운영, 임원 및 대의원 명단 등 비공개 등으로 조합원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이 전 위원장을 통해 조합원의 권리를 찾아달라는 요구 역시 빗발쳤다.
이에 전 위원장 이소윤씨는 “K 위원장의 행위는 규약을 정면으로 위반한 절차”라며 본격적으로 법원에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씨는 올해 9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노조 내부의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밝힌 바 있다.
법원은 이번 결정문에서 “무투표 당선은 규약상 허용되지 않으며, 현 위원장의 당선은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명시했다.
또한 “직무집행을 계속할 경우 향후 조합 내 분쟁이 확대될 우려가 있으므로, 보전을 위해 직무대행자를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결정문이 제시한 직무대행 체제에도 논란의 여지는 남았다.
법원은 수석부위원장 L씨를 임시 직무대행으로 지정했지만, L씨 역시 현 위원장이 임명한 인물로, 해당 인선 과정에서도 조합원의 동의나 투표 절차가 누락됐으며 규약을 위반한 인사권 행사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씨 측은 직무대행 지정의 정당성에 대해서도 추가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임원진은 법원 결정 이후 “지난 17일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했으며 내달 20일 재선거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조합 내부에서는 “K 위원장 재임 때 구성한 선관위에 대한 신뢰할 수 있겠느냐”며 “여기에다 직무대행 체제 또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선거를 준비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조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현 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됐음에도, 내부 신뢰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조합 내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환기시킨 계기라고 평가한다.
한 노무 전문가는 “규약은 조합의 헌법이다. 조합원이 선출 절차를 통해 대표를 뽑지 못한다면, 조합 운영의 정당성을 잃게 된다”며 “이번 결정은 단순한 개인 간 갈등이 아니라, 노동조합 민주주의의 근간을 재정립한 사례”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법원이 직무대행을 지정하며 혼란을 방지하려 했지만, 해당 인물이 현 위원장 체제에서 임명된 인사라는 점에서 제도적 한계가 남긴 점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전 위원장 이씨는 “이번 결정은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사법부를 통해 확인된 결과”라며 “정식 본안소송을 통해 절차적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번 법원 결정은 ‘무투표 당선’이라는 비정상적 선거 관행에 제동을 건 사례로 평가되는 한편 조합 내부에서는 회계 및 회의록 등 정보공개 범위 확대 및 조합원의 알권리를 보장해달고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