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 앞둔 시점에 맞춘 도발…트럼프·시진핑 방한 앞 존재감 과시 의도
경주에서 열리는 국제정상회의를 겨냥한 무력시위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자, 지난 5월 이후 5개월 만의 도발이다.
합동참모본부는 22일 “우리 군은 오늘 오전 8시 10분께 북한 황해북도 중화 일대에서 동북 방향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 수 발을 포착했다”며 “발사된 미사일은 약 350㎞를 비행했으며, 정확한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군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 동향을 사전에 포착해 감시해왔으며, 발사 즉시 탐지·추적했다”며 “미국·일본 등 우방국과도 관련 정보를 긴밀히 공유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군 당국은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이 지난해 9월 시험발사된 ‘화성포-11다-4.5형’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분석 중이다.
이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의 개량형으로, 4.5t급 고중량 탄두를 탑재한 단거리 전술탄도미사일이다. 사거리가 짧고 기동성이 높아 대남 공격용 무기체계로 분류된다.
이번 발사는 북한이 올해 들어 다섯 번째로 감행한 탄도미사일 도발로, 지난 5월 8일 화성-11형 계열 발사 이후 167일 만이다.
특히 미사일이 동해상으로 낙하하지 않고 함경북도 내륙 일대에 떨어진 점에서, 명확한 무력시위보다는 성능 검증 및 전략적 메시지 발신의 성격이 짙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점의 발사가 경주 APEC 정상회의 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내주 열릴 APEC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주요국 정상들이 방한할 예정이며, 한미·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이를 앞두고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국제사회에 대한 존재감 과시와 협상력 제고를 노린 전략적 계산이라는 평가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APEC을 계기로 미국·중국 등 주요국의 시선이 한반도로 집중되는 시점을 선택했다”며 “외교무대에서의 관심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번 발사는 또한 북한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핵보유국 인정’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북정책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합참은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 하에 북한의 다양한 도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잇단 무력행동은 최근 한미일 3국이 대북 확장억제 협의체 강화에 나선 데 대한 반발 성격도 짙다.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고위급 전략대화에서 미국이 한국에 ‘핵공유 정보 협의체’ 확대 방안을 제안하자, 북한이 이에 대응하는 형태로 ‘정치·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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