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자원 무기화 본격화...선제적 ‘탈중국 전략’ 결실...포항–세종 생산라인 ‘가속’
중국이 이차전지(배터리) 핵심소재인 흑연 음극재 수출을 통제하면서 국내 유일의 음극재 생산기업인 포스코퓨처엠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핵심 대체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자원 무기화’가 본격화하면서, 선제적으로 ‘탈(脫)중국’ 전략을 추진해온 포스코퓨처엠의 공급망 내재화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인조흑연 음극재 등을 허가 기반 수출 품목으로 지정, 내달 8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흑연은 배터리의 수명과 충전 속도를 좌우하는 핵심 소재로, 중국의 통제는 전 세계 배터리 산업의 긴장을 불러왔다. 문제는 한국의 원료 수급이 압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천연흑연 수입 중 중국산 비중은 97.6%, 인조흑연은 98.8%에 달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음극재 출하량 상위 10개 기업이 모두 중국 기업이다. 사실상 공급망이 중국에 종속된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포스코퓨처엠의 전략적 위치가 부각되고 있다. 회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천연·인조흑연 음극재를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이중 라인 체계를 갖췄다.
세종공장에서 연 7만4,000톤(t)의 천연흑연 음극재를, 포항공장에서 연 8,000t의 인조흑연을 각각 생산 중이다.
천연흑연은 아프리카 등 비(非)중국 지역 원료를 들여와 국내에서 가공하고, 인조흑연은 포스코 제철 부산물 코크스를 활용해 원료 내재화를 추진 중이다.
여기에 포스코그룹의 수직계열 공급망 전략이 더해지며 경쟁력은 한층 강화됐다.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은 세계 2위 규모의 흑연 매장량을 가진 탄자니아 마헨게 광산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2028년 상업 생산이 본격화되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연간 6만t 규모의 천연흑연을 약 25년간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된다.
자원–소재–셀–완성차로 이어지는 ‘그룹 수직통합 체계’가 완성되면, 한국의 이차전지 소재 자급률은 획기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최근까지 중국의 저가 공세로 인해 가동률이 30% 이하로 하락하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미·중 공급망 분쟁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모멘텀이 되고 있다.
2026년 이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본격 적용되면 중국산 원료를 배제해야 하는 글로벌 완성차·배터리 기업들에게 포스코퓨처엠은 사실상 필수 전략 파트너로 부상한다. 미국·유럽 OEM들은 “포스코퓨처엠이 공급망 안정성을 담보할 유일한 아시아 파트너”라며 협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다만 업계는 “기업 단위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주요국 정부들이 직접 자국 소재 산업을 지원하는 가운데, 한국만 기업 자율에 맡겨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 미국은 ‘국방생산법(DPA)’을 근거로 자국 흑연·리튬·니켈 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일본·유럽도 정부가 직접 구매보증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퓨처엠은 중국산 의존도를 구조적으로 낮춘 몇 안 되는 글로벌 기업으로, 미·중 리스크 속에서 한국의 소재주권을 상징하는 기업”이라며 “정부가 기술·세제·금융을 아우르는 실질적 지원을 병행한다면, 한국은 음극재 분야에서 새로운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 산업계도 이번 중국의 조치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역 경제계는 “포스코퓨처엠 포항공장이 한국 음극재의 ‘탈중국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정부가 이 공급망 전략을 지역 산업정책과 연계해 포항–울산–경주권을 아시아 배터리 허브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