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육아기 부모 단축근로시간 급여보전 지원 사업...고임금자 55만원, 최저임금자는 단 한 푼도 못 받는 구조...시간 아닌 임금 기준 형평성 붕괴… 道 “내년 개선 검토”
경북도가 육아기 부모를 대상으로 추진 중인 육아기부모 단축근로시간 급여보전 지원 사업이 저임금자에게는 사실상 아무런 혜택도 돌아가지 않도록 설계돼, 고임금자를 위한 차별적 정책이라는 비판이다.
경북도는 저출생 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지난해부터 이 사업을 역점적으로 추진해왔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고임금자일수록 더 많은 혜택을 보장받는 반면, 최저임금자는 단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하는 구조임이 드러났다.
본지가 입수한 경북도의 지급 기준표에 따르면, 통상임금 230만원 근로자는 월 2만5천원을 지원받는다. 이후 임금 10만원이 오를 때마다 지원금이 2만5천원씩 늘어나, 상한선인 440만원 근로자는 무려 55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이 기준대로라면 2025년 최저임금(시급 1만30원, 월 209만6270원)을 받는 근로자들은 지원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다. 즉, 소득이 낮아 육아 부담이 더 큰 계층이 오히려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 기형적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 같은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 배경에는 경북도의 기준 설정이 있다. 경북도는 최초 주 10시간 단축에 대해서만 급여보전을 인정하고, 이를 단순히 임금 구간별로 나누어 지급했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단축 시간에 비례해 지급액을 산정하는 구조로, 저임금·고임금 여부와 상관없이 ▲주 10시간 단축 시 55만원 ▲15시간 73만7500원 ▲20시간 92만5천원 ▲25시간 111만2500원 등으로 지원한다.
즉 정부 제도는 근로시간 단축 폭이 클수록 더 많은 지원을 주는 합리적 방식인 반면, 경북도는 ‘임금이 높을수록 더 받는 방식’을 택해 고임금자를 위한 맞춤형 지원으로 변질시킨 셈이다.
경북도는 “정부 제도와 연계해 미지급 구간을 보전하고, 도내 근로자의 육아기 단축시간 활용을 확대를 유도하고 가족 친화적 근로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정반대다.
포항지역 근로자 A씨는 “최저임금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신청조차 할 수 없게 만든 정책이 어떻게 출산 장려냐”며 “경북도는 고임금자에게만 가족 친화적인 근로환경을 조성해주느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 다른 근로자 B씨는 “시간 단축 폭에 따라 지원액을 달리해야 의미가 있다. 현재의 방식은 돈 많은 사람만 더 챙겨주는 제도”라며 “단축시간 활용 확대를 유도하겠다 해놓고 만들어진 제도는 정반대”라고 질타했다.
비판이 확산되자 경북도는 “이 사업은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의 사전협의와 심의를 거쳐 승인된 사안”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본지 확인 결과, 보건복지부는 단순히 경북도가 제출한 원안을 심의했을 뿐, 회의록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사업 설계와 운영 결정은 전적으로 경북도의 권한”이라며 사실상 책임을 경북도에 돌렸다. 이는 경북도가 정부 심의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논란이 커지자 경북도는 “고임금자의 지원금이 상대적으로 높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내년부터는 시간 단축 비례 방식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이미 1년 넘게 예산이 편성돼 운영된 상황에서, 수혜의 형평성은 사실상 무너졌다는 비판이다.
한편 육아기부모 단축근로시간 급여보전 지원 사업은 경북도가 해마다 7억원가량의 예산을 편성, 경북경제진흥원에 위탁해 육아기 부모 약 300명을 대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해마다 예산이 남아 감액하고 있는 실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