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 폐업 상위 100곳 평균 30.5일… 대출액 15억6500만원...숙박·음식업 절반 차지… 전문가들 “AI 심사·검증 강화 시급”

▲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영남경제 자료
▲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영남경제 자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의 정책 자금을 받은 일부 영세사업자들이 대출 한 달 만에 폐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속 집행에 치우친 간이심사와 브로커 개입 등 구조적 허점이 겹치면서 정책금융이 ‘도덕적 해이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진공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1~2024년 7월) 정책 자금(직접 대출)을 받은 뒤 가장 짧은 기간 내 폐업한 상위 100곳의 평균 폐업 소요 일수는 30.5일로 집계됐다.

대출 실행 후 불과 한 달 만에 문을 닫은 셈이다.

이들 100개사의 총 대출액은 15억6500만원으로, 개별 대출 규모는 1천만~7천만원 수준이었다. 특히 다섯 곳 중 한 곳은 대출 잔액 비율이 70% 이상으로, 사실상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사례가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숙박 및 음식점업(49곳)이 가장 많았으며 ▲서비스업(23곳) ▲도소매업(14곳) ▲제조업(7곳) ▲기타(2곳) 순이었다.

이들이 이용한 정책자금 프로그램은 ‘집합금지업종임차료융자’, ‘소상공인고용연계융자지원’, ‘재도전특별자금’, ‘혁신성장촉진자금’, ‘희망대출’ 등이었다.

정책자금 지원 후 폐업한 사업체는 ▲2021년 6969곳(759억원) ▲2022년 1만279곳(1132억원) ▲2023년 3682곳(1035억원) ▲2024년(7월 기준) 2313곳(604억원)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도 7월까지만 793곳이 폐업, 대출금 214억원이 회수 불능 상태로 분류됐다.

전체 정책자금 집행 규모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3조 7610억원(22만6632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3조 3082억원, 2023년 2조 9459억원으로 감소했다가, 2024년 다시 3조 5591억원(10만6752건)으로 반등했다.

올해 1~7월 누적액은 이미 3조 5455억원에 달해 작년 수준에 근접했다. 전문가들은 ‘빠른 집행’ 중심의 간이 심사체계와 인력 부족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소진공 전국 지역센터에서 대출 상담을 병행하고 있으나, 주무 부서인 본부 금융지원실 인력은 20여 명에 불과하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실질적으로 영업이 가능한 업체인지 매출·영업이익만 비교해도 걸러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현행 제도는 사실상 ‘신청만 하면 나오는 구조’로,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다”고 꼬집었다.

정책자금 접수 과정에 브로커가 개입하는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 허 의원실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8월 사이 불법·부당 광고 등 의심 홍보 사례가 151건 적발됐다.

지난해 소진공이 적발한 허위 서류 작성 등 악의적 폐업 또는 의심 사례는 23건(융자 5억4천만원)이며, 이 가운데 일부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소진공은 “일부는 법인 전환이나 업종 변경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며 “대출 시 폐업 검증 절차를 두고 있으며, 매년 연말 성과·건전성 모니터링을 시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AI 기반 실시간 검증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 교수는 “현재는 소상공인 등록증만 있으면 대출이 가능하다”며 “금융기관의 기초 데이터라도 확보해 AI 분석을 통한 부정수급 방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필요시 ‘폐업 패키지 전환 프로그램’으로 돌리는 정책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허성무 의원은 “소진공이 한 달 내 폐업한 사업자에 대한 구체적 통계 추출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정책 자금이 실제 생존 지원인지, 실적 위주 묻지마 집행인지 이번 국정감사에서 철저히 따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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