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00명 안팎의 농업인이 농작업 중 목숨을 잃고 있지만, 산업재해 통계에는 이들 대부분이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이 ‘가장 위험한 산업’임에도 제도적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2024년) 농작업 중 재해로 사망한 농업인은 297명에 달했다. 사망만인율은 2.99명(인구 1만명당 사망자수)으로 전체 산업 평균인 0.98명의 세 배 수준이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232명, 2022년 253명, 2023년 276명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으며, 올해 상반기(2025년 1~6월)에도 이미 127명이 농작업 중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누적 사망자 수는 1185명에 달했다.

비사망 재해까지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훨씬 크다. 농작업 중 사고로 부상을 입어 보험금을 수령한 농업인은 ▲2021년 5만2774명 ▲2022년 5만2386명 ▲2023년 5만7776명 ▲2024년 5만852명으로 매년 5만명을 웃돈다. 올해 상반기에도 이미 2만5737명이 부상을 입었다.

문제는 이 같은 수치가 공식 산재 통계에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통계는 산재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만 집계되기 때문이다. 산재보험은 농업법인이나 상시근로자 5명 이상 사업장만 의무 가입 대상이어서, 대부분이 자영농인 우리나라 농업인들은 통계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2024년 산재보험 통계상 농업 사망자는 15명에 불과했지만, 같은 해 농업인안전보험에서는 297명의 사망이 보고됐다. 무려 20배 차이다. 이마저도 농업인안전보험의 가입률이 평균 66%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 농업현장의 사망·부상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농업현장의 구조적 위험성을 고려할 때 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고령화된 농촌 인구, 낙후된 기계 안전장치, 그리고 열악한 응급 대응 체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미애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약속한 ‘모든 노동자의 안전’에는 농업인도 포함돼야 한다”며 “농업인 재해 예방을 위한 법·제도 강화와 전담조직 신설, 농업인 사망재해에 대한 국가 공식통계 생산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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