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유전막 성능 30% 향상, 성능을 넘어 원자 수준에서의 소재를 구현…학술과 실용을 동시에 이뤘다
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반도체 소자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
안지환 POSTECH 기계공학과·반도체대학원 교수 연구팀과 김병조 UNIST 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 교수 공동 연구팀은 플라즈마 기반 원자층 정밀 공정 기술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고성능 유전막 기술을 구현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스마트폰부터 슈퍼컴퓨터까지 모든 전자기기에는 데이터를 임시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 소자가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특히 DRAM과 같은 메모리 반도체는 소형화와 박막화가 진행되면서 전기 누설과 안정성 저하 문제에 직면해 있다.
DRAM 내부의 커패시터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핵심 부품으로, 전기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유전막이 필요하다. 알루미늄이 도핑된 산화 티타늄(Al-doped TiO₂, ATO)은 높은 유전율과 우수한 누설 방지 특성을 가진 소재로 주목받고 있었다.
그러나 기존 원자층 증착(ALD) 공정으로 제작할 경우 도핑된 알루미늄으로 인해 격자 구조 정렬이 저하되고 산소 결함이 발생해 소재 불안정성과 전류 누설 문제가 발생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포스트 도핑 플라즈마(Post-Doping Plasma, PDP) 공정’을 새롭게 도입했다. 이 공정은 원자층 증착된 산화 티타늄 유전막 위에 산화 알루미늄 원자층을 한 층 증착한 후, 표면에 아르곤과 산소 플라즈마를 노출시키는 방식이다.
플라즈마 처리 과정에서 이온의 운동 에너지가 박막 표면에 전달되면서 알루미늄 원자가 유전막 내부로 확산되고, 동시에 흐트러진 격자 구조의 재정렬과 산소 결함 보완이 이루어진다. 연구팀은 이를 “전자를 담는 그릇의 벽이 단단하고 매끄럽게 정렬되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실험 결과 이 공정을 적용한 DRAM 커패시터는 유전율이 약 30% 향상되고 누설전류는 최대 40배 가까이 감소하는 성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플라즈마 내 아르곤 이온이 유전막 표면에 에너지를 전달해 알루미늄 원자의 격자 구조 재정렬을 유도하는 원리까지 규명했다.
안지환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원자층 공정 기술은 DRAM뿐 아니라 차세대 전자 소자와 에너지 저장 장치에도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며 “세계적인 반도체 경쟁에서 한국의 기술력을 강화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병조 교수는 “플라즈마와 물질이 상호작용하는 원리를 원자 수준에서 밝혀낸 것 자체가 의미가 크다”며 “이번 성과는 글로벌 반도체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 공정 기술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극한 제조 분야 국제 학술지인 International Journal of Extreme Manufacturing에 게재됐으며, 삼성전자와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