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채널 바이오 반도체 개발로 신경신호 측정, 뇌신경 질환 연구와 치료기술 개발에 가능성 열어
국내 연구진이 인체 신경계의 미세한 전기신호를 기존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바이오 반도체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뇌신경 질환 연구와 차세대 의료기기 개발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성준 POSTECH 신소재공학과·IT융합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송강일 부경대 정보융합대학 스마트헬스케어학부 교수, 권지민 UN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와 공동으로 3차원 채널 구조를 가진 유기전기화학 트랜지스터(OECT)를 개발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인체의 신경계는 끊임없이 전기신호를 주고받으며, 특히 말초신경은 근육과 피부 등 신체 각 부위와 연결되어 미세하지만 중요한 신호를 전달한다. 이러한 신호를 정밀하게 분석하면 뇌신경 질환 연구와 치료기술 개발에 핵심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기존의 유기전기화학 트랜지스터는 전해질 속 이온이 유기 반도체 채널 전체로 침투해 작동하는 방식으로, 높은 증폭능력과 낮은 전력소모, 생체친화성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채널이 두꺼워질수록 신호 증폭능력은 향상되지만 이온 이동거리가 길어져 동작속도가 느려지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트레이드오프 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유기 반도체 채널에 나노구조를 도입한 3차원 설계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전해질 속 이온이 채널의 모든 방향에서 침투할 수 있도록 했으며, 채널 표면적 증가와 이온 이동경로 단축을 동시에 달성했다. 그 결과 채널이 두꺼워져도 빠른 동작속도와 높은 증폭성능을 모두 확보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상용 전도성 고분자 재료인 PEDOT:PSS와 기존 반도체 공정을 활용해 신뢰성 높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소자를 제작했다. 이를 유연한 박막 기판 위에 집적화해 생체 삽입용 신경 프로브를 완성했다.
실제 동물실험에서 연구팀은 쥐의 좌골신경에 개발된 프로브를 부착하고 외부 자극에 따른 고주파 신호 측정에 성공했다. 기존 평면구조 채널 소자와 달리 새로 개발된 소자는 킬로헤르츠(kHz) 수준의 미세한 말초신경 신호를 정확하게 검출할 수 있었다.
정성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 유기전기화학 트랜지스터의 한계를 뛰어넘어 생체친화적이면서도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신경 인터페이스 기술의 핵심 플랫폼으로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이 기술은 특정 재료나 공정에 국한되지 않아 다른 기술과 결합하면 성능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 중견연구사업과 교육부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