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관광단지 실상은 골프장 사업 ‘의문투성이’...골프장 면적 30% 관례 깨고 50% 돌파...특혜 논란…토지수용권까지 확보...공익 명분으로 호텔, 대단위 리조트까지 건설...포항 해파랑·SKGC 포기한 규제, 웨일즈코브는 뚫어
울산 ‘웨일즈코브 관광단지’가 골프장 면적을 마의 구간인 30% 벽을 깨고 50% 이상으로 채웠음에도 불구하고 관광단지로 지정,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특혜 시비 등 여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관광단지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실상은 골프장이 주인공인 이 사업은, 그동안 업계의 발목을 잡아온 ‘골프장 비중 30%’라는 한계를 뚫고 승인돼 여러 의문을 낳고 있다.
특히 접근조차 불가한 50% 구간마저 뛰어넘자 업계에서도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관광단지 지정 협의에 관여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30%를 넘어설 경우 실질적 제재에 나서게 되는데 이를 어떻게 통과했는지 의아하다는 것이다.
울산 북구 신명동 산42-1번지 일원에 들어서는 웨일즈코브 관광단지는 지난 5월 9일 지정됐다. 울산해양관광단지㈜가 시행하는 이 사업은 총 면적 150만6816㎡, 사업비 7445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겉으로는 숙박, 문화·오락시설을 두루 갖춘 관광단지라 소개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전체 면적의 절반을 넘는 50.9%(76만7369㎡)가 골프장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사업 계획에 따르면 관광단지는 도로, 주차장, 오수처리장 등 공공편익시설(3.7%)과 호텔·포레스트리움 등 숙박시설(8.2%), 복합문화시설(5.1%), 허브테라스가든·아트플레이그라운드 등 휴양문화오락시설(5.0%)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시설을 다 합쳐도 골프장 면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무늬만 관광단지라는 비판이다. ‘관광단지’라는 간판이 붙었지만 골프장을 위한 사업이며, 나머지는 관광단지라는 이름을 걸 수 있도록 세워진 들러리일 뿐이다.
이처럼 관광단지로 지정될 경우 단순한 민간사업을 넘어선다. 법적으로나 행정적으로 공익적 성격을 띠게 되고, 사업자는 토지수용권까지 확보한다. 공공사업에서나 가능한 수용 권한을 특정 민간레저시설에 쥐여주는 셈이다.
결국 공익을 명분 삼아 확보한 땅 위에 지역 주민 대부분이 접근하기 어려운 골프장이 들어서게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문체부는 법령으로 골프장 면적 비율을 명시한 적은 없다고 주장하지만 업계에서는 “전체 면적의 3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존재해왔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포항 해파랑CC(36홀), SKGC(18홀) 등은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것을 우려해 관광단지 지정을 배제하거나 철회했다. 이런 전례에도 불구하고 웨일즈코브는 절반 이상을 골프장으로 배치한 채 관광단지 지정을 통과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골프장 면적을 제한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공식 회신에서도 유사한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업계 사업자들은 줄곧 이 기준에 막혀 사업을 포기하거나 지구단위계획 등 우회 추진해왔다.
문체부의 말과 현장의 경험은 정면으로 배치된다. 결국 웨일즈코브 사례는 “기존의 기준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다른 사업자들 역시 “관광단지 내 골프장 비중 50%도 가능하다”는 기대를 품게 될 여지가 높다.
그동안 막혀 있던 규제의 문이 열리면서, 전국 곳곳에서 유사한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올 수 있지만 여전히 공공성을 요구하는 관광단지에 절반을 골프장으로 채울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점에서 웨일즈코브에 대한 특혜 시비도 제기되고 있다.
관광단지로 지정되면 행·재정적 지원에 이어 토지수용권이 따라붙는다. 이는 ‘공익적 성격’을 이유로 부여되는 강력한 권한이다. 그러나 웨일즈코브의 토지이용계획을 보면 공익적 시설은 극히 제한적이다.
도로, 주차장, 오수처리장을 모두 합쳐도 전체의 3.7%에 불과하다. 그 대신 골프장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복합문화시설과 휴양문화시설을 합치더라도 15%를 채 넘지 못한다.
실상은 골프장 사업을 위한 관광단지 지정에도 불구하고 토지수용권이라는 공권력에 준하는 권한은 사업자 손에 쥐어졌다. 특정 사업자만이 이 같은 혜택을 누리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문체부는 “관광단지 지정 규모에 대한 결정은 지정권자인 시장과 도지사에게 권한이 있다”는 회피성 답변만 내놓을 뿐, 어떤 논리와 절차로 이례적 협의가 이뤄졌는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 A씨는 “시군 입장에서는 어떠한 형태는 관광단지가 유치되길 바라는 상황이지만 지정이 녹록지 않았다”며 “문체부에서 골프장이 30% 넘어서는 안된다는 확고한 입장으로 인해 사업자에게 제안조차 하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도시계획 전문가 B씨는 “웨일즈코브의 지정은 단순히 한 지역 사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라며 “향후 관광단지 지정 기준과 절차, 나아가 정책의 신뢰성에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문체부는 관광단지 내 골프장의 면적 기준을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 분명히 정해야 한다”며 “특정 사업자만 과도한 혜택을 누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