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다변화·현지화 압력 겹쳐…정부·국회 지원 시급”

미국이 알루미늄과 구리에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국내 비철금속 산업이 심각한 충격을 받고 있다.

특히 포항·경북 지역에 밀집한 알루미늄·구리 가공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역 산업생태계의 붕괴 우려까지 제기된다

국내 비철금속 산업은 약 57조 원 규모로 알루미늄(35%)과 구리(45%)가 양대 축을 이루고 있다.

알루미늄은 보크사이트 등 원재료를 전량 수입해 판재·박·압출재로 가공하는 구조로, 미국 시장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2024년 기준 알루미늄 대미 수출액은 약 10억 달러, 구리는 5억7천만 달러에 달한다. 특히 압연·판재 비중이 80%에 달해 품목 편중과 특정 시장 집중이라는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났다

포항과 경북은 알루미늄 판재·박, 구리 가공 등 비철금속 소재기업이 다수 포진해 있다. 음료용 캔시트, 포장재,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박 등은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단을 중심으로 생산 역량이 확대돼 왔다.

하지만 이번 고율 관세로 미국 시장 판로가 사실상 막히면서 유리·PET 대체재 전환 압력까지 겹쳐, 지역 기업들의 생존 전략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업계는 미국 내 생산·투자를 통한 현지화 외에는 해법이 없다고 본다. 실제로 노벨리스는 앨라배마에 알루미늄 캔바디스톡 설비를, 롯데알미늄은 켄터키에 전지용 양극박 공장을 건설 중이다.

구리 분야에서는 LS가 버지니아에 전력망 케이블 공장을, 풍산은 아이오와에 동합금판 생산설비를 확충하고 있다

포항지역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은 현지 투자 여력이 있지만, 지역 중소 가공업체들은 미국 현지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금융·세제 지원을 통해 숨통을 틔워주지 않으면 줄도산 사태가 불가피하다”고 호소했다.

캐나다는 보복관세와 함께 298억 캐나다 달러 규모의 ‘Buy Canadian’ 캠페인과 산업지원 패키지를 병행했다.

인도는 WTO 제소와 보복관세에 더해 중소기업 지원·세제 개편으로 충격을 완화했다. 호주는 무이자 대출·공공조달 우대 등 ‘소프트 대응’으로 단기 충격을 흡수했고, 중국은 전략 품목을 겨냥한 비대칭 보복과 해외 투자 확대를 병행했다

이들 사례는 한국에도 명확한 시사점을 준다. 보복 여력이 없는 만큼, 외교 협상과 국내 산업 지원을 병행하는 다층적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한·미 협상을 통한 관세 인하·예외 확보. 50% 관세를 15% 수준으로 낮추거나, 과거 예외조항 부활을 통해 전략 품목 면제를 이끌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다자 연대 강화. WTO·OECD 공동 대응, 한·멕시코 FTA 조기 타결, CPTPP 가입 검토가 필요하며 국내 피해 최소화. 전기요금 한시 감면, 저리 대출, 특례보증, 무역조정지원제도 가동 등 맞춤형 지원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중장기 경쟁력·공급망 데이터 강화. HS 코드 정비, 원재료 수출 통제, 수출입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하며 국회 제도적 뒷받침. 철강 ‘K-스틸법’처럼 알루미늄·구리 산업을 포괄하는 지원 입법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고율 관세는 단순한 무역분쟁이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과 경제안보가 얽힌 문제다. 특히 포항·경북 비철금속 기업들은 현지화 압력에 밀려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와 국회가 외교 협상과 산업 지원을 동시에 추진하지 않는다면, 지역 기반 산업 생태계 붕괴는 시간문제라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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