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은 공급 부족·재건축 기대감에 심리 개선, 지방은 거래 부진 속 냉각기 장기화
9월 전국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12를 기록하며 전월(111)보다 1포인트 올랐다. 이는 가격 상승을 점치는 응답자가 하락을 예상하는 응답자보다 여전히 많다는 뜻이다.
금리 고점 기조와 경기 둔화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주택시장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주택 수급 불균형과 재개발·재건축 기대감을 원인으로 꼽는다. 강남·여의도 등 주요 재건축 단지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고, 신규 분양 물량이 기대보다 줄어들면서 공급 부족 심리가 확산됐다.
부동산 시장 조정 국면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결국 오른다”는 기대 심리가 꺾이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가계와 경기 전망 지수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주택가격 전망만 예외적으로 상승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소비자들의 생활형편이나 경기 판단은 어두워졌지만, 자산가치 측면에서는 여전히 부동산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대구·경북의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8로 전월 대비 2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6월 116까지 오르며 회복 기대를 키웠지만, 7월 110으로 떨어진 데 이어 9월까지 두 달 연속 하락세다. 전국과 대조적으로 뚜렷한 냉각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역 부동산 시장의 부진은 공급과잉과 인구 감소 우려가 맞물린 결과다.
대구는 최근 수년간 신축 아파트 분양이 몰리면서 미분양 물량이 누적됐다. 경북 역시 지방 소도시를 중심으로 거래량이 감소하면서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수도권은 희소성이 가격 전망을 떠받치는 반면, 지방은 구조적 수요 둔화 요인이 심리 위축을 불러오는 셈이다.
한 지역 건설사 관계자는 “수도권과 달리 대구·경북은 미분양 리스크가 여전히 크다”며 “금리 부담에 매수세가 위축된 상황에서 추가 공급이 이어질 경우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조사 결과는 수도권과 지방의 부동산 심리 격차가 더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수도권은 공급 부족과 개발 호재에 힘입어 낙관론이 유지되는 반면, 대구·경북을 비롯한 지방은 경기 둔화와 인구 감소, 공급 부담으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의 지역별 양극화가 구조적 흐름으로 굳어지고 있다”며 “서울·수도권은 중장기적으로 가격 상승 압력이 유지되지만, 지방은 수요 기반이 약해 단기간 반등이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9월 소비자동향조사가 보여준 주택가격 전망은 ‘수도권 상승, 지방 하락’으로 요약된다.
이는 단순한 경기 변동을 넘어 지역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수도권 집중 현상이 강화되는 가운데, 지방 부동산 시장을 살릴 맞춤형 정책과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수정 기자
88-6229@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