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숙박시설 불법 용도 변경, 행안부 감사로 뒤늦게 취소...은행, 검증 없이 대출 집행… 농협 4곳 줄줄이 수십억 손실
포항시 북구 송라면 지경리 화진해수욕장 인근 풀빌라가 감정가 대비 절반 이하인 66억원에 공매된 배경에 포항시의 특혜성 인허가와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 부실이라는 구조적 문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축협, 안동·예천·구미 인동농협 등 4개 금융기관이 최소 25억원 이상의 손실을 떠안게 된 가운데 본지 취재 결과, 이 사건은 단순한 부동산 경기 침체 때문이 아니라는 점에서 논란을 더하고 있다.
문제의 풀빌라는 당초 다가구주택 제1, 2종 근린생활시설로 2020년 4월 신축돼 같은 해 9월 포항시로부터 생활숙박시설 용도 변경됐으나 2023년 3월 행정안전부 감사로 부적정한 변경이 확인돼 원래의 용도로 되돌아왔다.
풀빌라가 위치한 토지는 지경2지구 관광휴양형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원래 지구단위계획상 관광휴양시설용지였으며, 국토계획법과 지구단위계획 고시문에 따라 관광숙박시설만 허용되는 구역이었다.
관광숙박시설은 관광진흥법에 따라 별도의 사업계획 승인과 시설과 설비 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지구단위계획 수립 후 사업계획 승인까지 마친 뒤에야 건축 허가가 가능하다.
반면 이번 풀빌라의 경우 건축주는 생활숙박시설을 목표로 지구단위계획 지정과 용도 변경을 신청했다. 정상적인 행정이라면 생활숙박시설은 허가가 불가능함에도 포항시는 이를 그대로 수용해 인허가를 내줬다.
결과적으로 2023년 행정안전부 정부합동감사 결과, 생활숙박시설은 애초부터 지구단위계획 목적과 맞지 않아 용도 변경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며 이에 따라 2024년 3월 해당 건물의 용도 변경 허가는 취소 절차에 들어갔다.
실질적으로 사태를 키운 축은 금융권이다. 대구축협과 안동·예천·구미 인동농협 등 4개 금융기관은 2019년~2020년 사이 포항시의 인허가가 가능할 것이라는 건축주의 의견만 믿고 총 100억원이 넘는 대출을 실행했다.
당시 은행 내부에서는 포항시의 행정 승인 과정에 법적 하자가 있는지조차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각 은행의 도시계획행정에 대한 전문성 결여가 실질적인 손실로 이어진 셈이다.
결국 행안부 감사에서 인허가 자체가 위법 소지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건물의 용도 변경이 취소되자, 이 건물의 시장 가치는 급격히 추락했고 감정가 140억원짜리 건물이 공매에서 66억원에 팔리며 수십억 원대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은행 관계자 A씨는 “포항시가 생활숙박시설로 변경을 승인해줬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토지와 건물의 가치를 산정했다”며 “실질적인 피해는 은행에 있지만 하소연할 데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도시계획 전문가 B씨는 “포항시가 사실상 법규를 무시하고 생활숙박시설을 허용해준 것이 문제의 출발점이지만 은행은 행정 리스크를 검토하지도 않은 채 대출만 내줬다가 사실상 날벼락을 맞은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는 포항시의 안이한 행정이 금융권의 무책임한 관행과 맞물리면서 빚어진 전형적인 부실 행정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시가 지구단위계획 규정을 무시하고 생활숙박시설 용도 변경을 허가한 점은 특혜 시비를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본지는 후속 보도에서 당시 풀빌라가 위치한 지경2지구가 어떻게 지정됐는지 포항시 내부에서 어떤 행정 결정이 오갔는지, 책임 소재는 어디에 있는지 심층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