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 이니셔티브’ 이어 글로벌 리더십 강조…구테흐스 “현명한 접근” 평가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개 토의를 주재하며 국제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날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민주 대한민국’의 국제사회 복귀와 ‘END(Exchange·Normalization·Denuclearization) 이니셔티브’를 천명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인공지능(AI)과 국제평화·안보라는 신기술 의제를 전면에 내세워 글로벌 리더십을 강조했다.

2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공개 토의에는 15개 이사국을 포함해 약 80개국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를 주재하며 AI의 책임 있는 활용을 통한 국제 평화와 안보 증진을 강조했다. 이는 한국이 단순한 수혜국을 넘어 글로벌 규범 설정자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이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남북 교류(Exchange)·관계 정상화(Normalization)·비핵화(Denuclearization)를 골자로 한 ‘END 구상’을 제시했다.

갈등을 넘어 대화와 협력으로 가는 포괄적 접근법을 내놓음으로써,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안보리 토의에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회동, 한반도 평화 지원을 요청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 대통령의 ‘END 이니셔티브’는 현명한 접근”이라며 지지를 표명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구테흐스 총장은 “유엔도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구테흐스 총장이 추진 중인 유엔 개혁에도 지지를 밝히며, 국제사회의 대립과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유엔의 역할 강화 필요성에 공감했다.

안보리 의장국 활동을 계기로 이 대통령의 양자 정상외교도 숨 가쁘게 이어졌다. 이탈리아, 프랑스, 폴란드 정상과 잇달아 회담하며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우즈베키스탄의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과는 철도·공항·도로 등 인프라 협력과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17만여 명의 고려인이 양국 협력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며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두 정상은 내년 한국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성공 개최에도 뜻을 모았다.

체코의 페트르 파벨 대통령과 회담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수주한 두코바니 원전 최종계약이 화제가 됐다. 파벨 대통령은 한국 기업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으며, 이 대통령은 협력을 원전에서 반도체·전기차·방산으로 확대하자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 내 주요 외교·안보 오피니언 리더들과 만찬을 갖고 한반도 정세를 논의했다.

토마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강경화 아시아소사이어티 회장,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 등 한·미 관계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한국의 대북 정책과 글로벌 전략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번 안보리 주재는 한국이 한반도 현안 해결뿐 아니라 AI 같은 신안보 의제까지 주도할 수 있음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킨 사건으로 평가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행보는 한국이 글로벌 책임국가로 도약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며 “외교·안보·경제 전방위에서 외연을 넓혀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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