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뉴욕 방문 이틀째인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첫 기조연설에 나선다.

이번 연설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을 국제사회에 공식적으로 천명하고, 외교·안보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시간으로 이날 밤늦게 또는 24일 새벽에 진행될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민주 대한민국의 복귀”를 선언할 예정이다.

민주주의 위기에서 빠르게 회복한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면서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과시하고, 글로벌 신뢰도를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이다.

연설의 또 다른 축은 한반도 평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국제사회의 공조를 당부하고, 동시에 북한을 향해 대화와 협상 복귀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고조된 동북아 정세 속에서 한국이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는 메시지를 국제무대에서 재차 확인하는 셈이다.

외교 일정도 숨가쁘게 이어진다. 이 대통령은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를 면담한 뒤 프랑스·이탈리아·우즈베키스탄·체코·폴란드 정상들과 양자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식 회담은 예정돼 있지 않지만, 약식 회담 형식의 짧은 접촉 가능성이 거론된다.

24일에는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개 토의를 주재한다. 이는 한국 외교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상징적 행보로 평가된다.

이어 25일에는 뉴욕 월가 금융계 주요 인사들과 한국 기업인들이 참석하는 투자 유치 행사를 진행해 AI·재생에너지 등 신성장 분야에 대한 해외 자본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22일 뉴욕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을 접견했다.

양측은 한국 내 인공지능(AI) 및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위한 대규모 투자의 기본 틀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는 한국의 ‘초혁신경제’ 전략과 맞물리며, 글로벌 자본의 신산업 투자 유치라는 성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미국 상·하원 의원단과도 만나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재미교포 간담회를 통해 동포 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하며 방미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뉴욕 방문은 ▲민주주의 회복과 가치외교 천명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상 공유 ▲투자 유치와 경제외교 성과 창출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진하는 성격을 띤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이번 유엔 연설과 경제외교 행보는 한국의 위상 회복과 글로벌 리더십 확립을 보여줄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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