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 길이 부족 등 도마 위 ...자격 없는 현장 대리인 배치...여객수요 과다하게 산정 등...안전성·타당성 검증 불충분

▲ 울릉공항 활주로 연장 추진위가 울릉공항 활주로 연장을 촉구했다. ⓒ울릉공항 활주로 연장 추진위
▲ 울릉공항 활주로 연장 추진위가 울릉공항 활주로 연장을 촉구했다. ⓒ울릉공항 활주로 연장 추진위

2028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 중인 울릉공항 사업이 여객 수요 과다 산정과 활주로 길이 부족 등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총 1조원대의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임에도 안전성과 타당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채 추진돼왔다는 지적이다.

23일 감사원은 ‘지방 공항 건설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국토교통부의 울릉공항 수요 산정 과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에서는 설계·시공 중인 울릉·흑산·새만금공항을 감사대상으로 선정했는데, 이 중 울릉·흑산공항은 80석급 항공기가 취항하는 도서공항으로 공항등급이 3C(취항 항공기의 최소 이륙거리가 1200m 이상 1800m 미만이고, 주 날개폭이 24m 이상 36m 미만에 해당)이고 활주로 길이가 1200m다.

국토부는 울릉·흑산공항이 도서지역에 건설돼 대부분의 해운 여객수요(울릉공항 81%, 흑산공항 72%)가 항공 교통수단으로 전환될 것으로 추정해 개항 이후 두 공항의 항공 여객수요를 모두 108만명(2050년 기준)으로 산정했다.

하지만 이번 감사에서 여객수요가 과다하게 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여객 수요 예측 시 해양수산부의 전망치를 확인하지 않았고, 해상 운송에서 항공으로의 전환율을 항공에 유리하게 잡아 과도하게 추산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전문기관을 통해 보정한 결과, 국토부가 제시한 2050년 기준 연간 107만8천명의 여객 수요는 55만명으로 줄었다. 무려 49%나 감소한 수치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사업 타당성을 재검토하거나 시설 규모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국토부에 통보했다.

활주로 길이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토부는 2022년 수익성 제고를 이유로 항공기 좌석 상한을 50석에서 80석으로 늘리면서도 활주로 길이는 1,200m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부산항공청은 제한 조건을 달아 운항을 허용했지만, 감사원 검증 결과 이륙 가능 인원이 최대 7명 과다 산정됐으며, 우천 시 제동거리 증가로 착륙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도 확인됐다.

조종사 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70%가 “현재 활주로 길이가 이착륙에 부담이 된다”고 응답했으며, 95%는 안전 운항을 위해 연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사실상 활주로 확장 없이는 안정적인 공항 운영이 어렵다는 결론이다. 사업 관리 부실도 드러났다. 일부 시공사가 자격 없는 현장 대리인을 배치했음에도 감독 기관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이 감사 과정에서 적발됐다.

감사원은 국토부에 울릉공항 여객 수요 재산정, 활주로 연장 등 안전성 제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비슷한 문제는 흑산공항에서도 확인됐다. 국토부가 산정한 2050년 기준 여객 수요는 108만 명이었지만, 감사원이 재산정한 결과 18만2천명으로 83% 급감했다.

총사업비 증액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도 타당성 재조사를 요청하지 않은 채 수의계약을 진행한 점도 문제가 됐다. 감사원은 흑산공항에 대해서도 수요 재산정과 함께 관련자 6명에 대한 주의 조치를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울릉공항은 도서 지역 주민의 교통권 보장을 위해 필요하지만, 안전성과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추진될 경우 혈세 낭비와 안전사고 우려가 커질 수 있다”며 “국토부는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에만 기대지 말고, 실질적 수요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울릉공항은 울릉도 주민들의 교통권 보장과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추진돼 왔다. 현재 울릉도 접근 수단은 기상 악화에 취약한 여객선이 사실상 유일하다.

울릉지역사회는 공항 개항으로 안정적인 항공 교통망을 확보하고, 관광객 증가와 물류비 절감 효과를 기대해왔다. 그러나 여객 수요가 과잉 산정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향후 경제적 파급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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