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관계자 “현장 북서쪽 모서리에 박물관 쓰던 공동구(관거) 있어 연결하면 될 일”…이해할 수 없는 설계라는 지적 나와
정부가 지난 19일 경주 APEC 정상회의의 공식 정상 만찬 장소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보문관광단지 라한셀렉트 경주 호텔 대연회장으로 전격 변경하면서 당국의 안일하고 미흡한 행정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만찬장 공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만찬장 건물인데 당초 설계부터 조리시설과 화장실을 위한 관로 설치 내용이 없어 의아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 이미 예견된 사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국립경주박물관을 내 정원을 공식 만찬장 장소로 확정하고 2천㎡ 규모의 1층짜리 한옥 건물을 세우기로 했다. 이 공사 공정률은 현재 95%로 마무리 공사가 진행중이다.
이 한옥 만찬장에 대해서는 장소 선정 초기부터 공간의 협소 문제 등을 비롯해 여러 지적과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부지 내에 위치한 다보탑·석가탑 복제 조형물을 이전시켜 넓은 면적을 확보하려 했으나 기관 간의 의견 조율 과정에서 이전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 만찬장의 면적을 줄어들게 한 결정적 이유로 꼽힌다.
현재 계획상 이 만찬장은 250석~300석 규모로 5성급인 라한셀렉트 경주 대연회장(500석~600석)의 절반 크기에 불과하다. 만찬장 안에 조리시설과 화장실이 없는 점도 만찬장 변경의 주된 이유로 꼽힌다.
조리시설과 만찬장이 건물 내에 마련되지 않아 각국 정상들에게 대접할 음식을 외부에서 배달해와야 하는 데다가 화장실마저도 약 40m 떨어진 박물관 중앙전시실 화장실을 쓰도록 했다.
경북도는 만찬장에서 약 30m 떨어진 커피숍 건물에 조리시설을 꾸미는 등 보완에 나섰지만 화장실 문제는 해결할 수 없었고, 이 문제는 지난 17일 정부 합동 안전 점검에서도 지적됐다.
취재결과 이 같은 문제는 공사 초기부터 현장 인력들 사이에서는 꾸준히 제기돼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APEC 준비위원회의 안일한 행사 준비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만찬장 공사 현장 관계자는 “공사부지 북서쪽 모서리에 박물관 시설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동구가 있어서 상·하수도 관로를 연결할 수 있는 여건도 충분했다”며 “당시 현장 관리자는 2년 정도 유지하다가 철거하거나 옮겨갈 건물이라며 관로까지 연결할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가 국립경주박물관을 만찬장 장소로 확정한 후 만찬장 조성 면적부터 행사에 필요한 설비의 설계 반영 등 모든 면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해온 결과다.
이로 인해 다음달 열릴 2025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정상들에게 신라천년 고도의 전통과 역사 문화를 선보이겠다던 만찬 장소 선정 이유는 머쓱한 ‘헛말’이 돼버렸고, 시급한 일정으로 인해 그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호텔 연회장이 그 대안이 됐다.
한편 새로운 만찬장으로 선정된 라한호텔 경주의 연회장은 별도의 리모델링 공사 없이 행사 준비를 위한 장소로 제공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