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 연구진, 15년간 캘리포니아 데이터 분석으로 기후변화 경고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산불이 복합적으로 발생할 때 초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포항공과대학교 환경공학부 이형주 교수 연구팀이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대상으로 15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극심한 가뭄 상황에서 산불이 동반될 경우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평소보다 평균 9.5㎍/㎥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환경 분야 국제 학술지 'Environment International'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이형주 교수와 통합과정 신민영·김나래 씨로 구성됐다.
연구팀이 캘리포니아주를 연구 대상으로 선택한 이유는 이 지역의 독특한 기후 특성 때문이다. 건조한 날씨로 가뭄이 빈번하고, 이로 인해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가뭄과 산불이 복합적으로 대기질에 미치는 영향을 장기간·대규모로 분석한 연구는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
연구팀은 2006년부터 2020년까지 15년간의 대기질 관측 자료와 컴퓨터 모델링 데이터를 활용했다. 가뭄 정도를 '경미', '중간', '심각', '극심' 네 단계로 구분한 후, 단계별 PM2.5 농도 변화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가뭄이 심해질수록 PM2.5 농도가 평균 1.5㎍/㎥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뭄지수(SPEI) 한 단계가 악화될 때마다 산불 발생 확률은 약 90% 높아졌다. 특히 극심한 가뭄 상황에서 산불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면 PM2.5 농도가 평소보다 평균 9.5㎍/㎥까지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가뭄으로 인한 초미세먼지 증가가 대부분 산불에 기인한다는 사실이다. 가뭄 단계가 심해져도 산불이 발생하지 않으면 초미세먼지 농도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PM2.5는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인 미세한 입자로, 호흡 시 폐 깊숙이 침투해 호흡기와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고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 시대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지구온난화로 가뭄과 산불이 더욱 빈번하고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극심한 가뭄과 대형 산불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기존의 배출원 관리를 넘어 산불 관리와 예방을 포함하는 종합적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형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가뭄·산불·대기오염 사이의 복합적 관계를 장기간 자료로 정량적으로 확인한 것"이라며 "한국도 주기적으로 가뭄을 겪고 있고, 최근 대형 산불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이번 결과가 주는 시사점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앞으로는 산불 예방과 관리가 대기질 개선과 건강 보호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