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산업계 “투자 숨통 기대”...“투자 실패→배임죄→감옥…기업 도전·활동 위축법 개혁...업계 “실질적 규제 완화 절실”
이재명 대통령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처벌 위주 법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투자 실패에도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현행 구조가 기업인들의 도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선진국처럼 과징금 중심 제재로 전환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TK(대구·경북) 산업계도 “투자 숨통이 트일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15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제1차 핵심 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직접 회의를 주재했다. 기업 대표, 학계 전문가, 정부 부처 장·차관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은 지나치게 처벌 중심이고 불합리한 규제도 많다”며 “투자 실패가 곧바로 배임죄로 연결돼 감옥에 가는 구조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본질은 판단과 결정인데, 이 상태로는 누가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산업재해 처리 방식도 문제로 꼽았다. “사고가 나면 몇 년씩 재판을 끌다 실무자만 구속됐다 풀려나는 경우가 많다”며 “선진국처럼 형사처벌보다 과징금을 부과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했다.
경미한 범죄까지 전과 기록으로 남는 현실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민방위법·산림법 위반으로 벌금 5만~10만원을 내도 평생 전과가 남는다. 외국에서는 심각한 범죄자로 오해받는다”며 “이런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규제개혁 추진 동력에 대해서는 “입법부와 행정부가 최적의 상황을 갖췄다. 거미줄처럼 얽힌 규제를 확 걷어내는 게 정부 목표”라고 강조했다.
회의에서는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데이터 활용 규제 합리화 △자율주행차·로봇산업 규제 완화 △바이오헬스 신산업 지원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TK 지역 기업들은 이번 발언을 반기는 분위기다.
포항 철강업계는 안전 규제와 형사처벌 리스크를 지적한다. 한 제철소 관계자는 “작은 절차 위반에도 경영진이 형사 책임을 지는 구조라 신규 설비 투자가 늦춰졌다”며 “과징금·행정벌 중심 체계로 바뀌면 설비 현대화에 과감히 나설 수 있다”고 했다.
구미 전자업계는 데이터 규제와 인증 절차를 문제로 꼽는다. 한 전자부품 기업 임원은 “AI·스마트팩토리 전환 과정에서 경미한 법 위반이 곧바로 법적 리스크로 이어져 투자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며 “데이터 규제 완화가 현실화되면 연구개발과 신제품 출시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배터리 산업 역시 기대가 크다. 포항과 영주, 경주에 집적된 배터리 소재 기업들은 증설 과정에서 까다로운 인허가와 형사 리스크가 투자 불확실성을 키웠다고 토로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투자 실패까지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구조라면 글로벌 공급망 대응이 어렵다”며 “규제 완화는 IRA 시대 경쟁력 확보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실행 가능성에 주목한다. 한 경제학자는 “규제개혁은 수차례 시도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에는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는 만큼 제도화 여부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 3400선을 돌파한 데 대해 이 대통령은 “기업인들의 노력이 현장에서 빛을 발한 것”이라며 “정부도 기업 지원 정책을 끊임없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TK 산업계는 대통령의 발언을 “환영하지만 선언에 그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지역 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규제 완화가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며 “이번 개혁이 TK 경제 활력의 모멘텀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