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유동성 확보차원에서...주가반등 확신 차원 내비쳐
이차전지 소재업체 에코프로가 자회사 에코프로비엠 지분을 활용한 주가수익스와프(PRS, Prepaid Forward Swap) 계약 규모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주가수익스와프(PRS)는 자회사 지분을 매각하면서 암묵적으로 되사올 것을 약속하는 식으로 자금을 끌어오는 파생상품 계약이다. 정산 시기에 기초자산인 주식 가치가 계약 당시보다 높으면 그 차액을 자금 조달 기업이 가져가고, 반대 경우엔 기업이 손실 금액을 투자자에 보전하기로 약속하는 제도다.
에코프로는 기존 7000억원 수준에서 최대 1000억원을 늘려 최대 8000억원으로 조달 범위를 넓히고, 계약에 참여하는 증권사도 5곳에서 7~8곳으로 확대가 기대된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이번 PRS 계약을 위해 국내 주요 증권사 10곳 안팎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현재 대형 증권사 5곳과는 상당한 합의점을 이뤘으며, 중소형 증권사 2~3곳도 합류를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IB 관계자는 “에코프로는 협상 상황에 따라 규모를 기존안보다 최대 1000억원 증액하는 방안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에코프로가 PRS를 택한 배경에는 에코프로비엠 현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내부 판단이 깔려 있다.
이번 계약은 주식을 증권사에 현재가로 매각하고, 증권사에는 일정 이자(금리)를 보장하는 구조다. 대신 주가 변동에 따른 이익과 손실은 2년 뒤 정산한다.
특히 에코프로는 콜옵션(만기 후 되사올 권리)을 설정하지 않고 진성 매각임을 강조했다. 이는 에코프로가 2년 뒤 자회사 주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평가다.
시장 관계자는 “단순한 유동성 확보 차원을 넘어 주가 반등에 대한 확신을 내비친 것”이라고 해석했다.
IB업계는 이번 PRS 금리를 연 5%대 중후반으로 예상한다. 이는 일반 기업 PRS가 민평금리에 1%포인트 이상 가산되는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이라는 평가다. 현재 시장에서 에코프로의 2년 만기 민평금리는 약 4.8% 수준이다.
다만 배당과 의결권은 매각 주식을 보유한 증권사가 가져가는 조건으로 협상이 진행 중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원금 손실 위험이 낮고 수수료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분석이 나온다.
PRS 거래는 통상 1년 만기에 설정되지만, 이번 계약은 2년으로 합의가 이뤄지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는 증권사들이 에코프로비엠 사업성과 성장성에 긍정적 전망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만기가 길어지면 시장에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지는 오버행(Overhang) 우려도 낮출 수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도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2년 만기 설정은 증권사들이 에코프로비엠의 펀더멘털을 장기적으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라며 “시장 충격을 줄이는 동시에 에코프로가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에코프로는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인도네시아 니켈 프로젝트에 집중 투입할 방침이다. 현재 에코프로는 현지 니켈 제련소 지분 인수와 장기 공급망 구축을 추진 중이다. 이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의 원가 절감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다.
업계에서는 이번 자금 조달이 단순한 유동성 확보 차원을 넘어,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전쟁에서 자원 선점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니켈은 IRA 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핵심 자원으로, 인도네시아 프로젝트 성공 여부가 에코프로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에코프로의 PRS 확대를 두고 긍정적인 반응과 우려가 교차한다. 긍정적으로는 안정적인 자금 확보와 글로벌 사업 확대가 가능하다는 점을 꼽는다. 반면 일각에서는 대규모 지분 매각이 단기적으로 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코프로는 “2년 뒤 주가 반등 가능성”을 자신하며 장기적 성장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다. 업계의 관심은 향후 PRS 계약 성사 여부와 함께, 인도네시아 프로젝트가 실질적 성과를 내느냐에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