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나아일반산단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 포함 정상화 방안 검토 중...사업시행자, 3년째 산지복구비 60억원 미납 중…산지전용허가 취소 사유...업계, 부실 산단 정리하고 산단용지 물량 확보해 대형·집적화해야
경주시가 경주 나아일반산업단지에 대해 사업시행자 지정취소 처분을 감안한 사전 청문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주시는 최근 장기적인 사업중단 상태에 놓인 경주 나아일반산단에 대해 사업 정상화를 위한 행정조치 검토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현재 경주 나아산단은 2022년 12월 31일부로 사업기간이 종료된 상태로, 사업시행자는 사업의 연장을 위해 산지전용허가 연장 및 산단 사업기간 연장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사업시행자는 2022년 11월경 사업기간 연장 신청 서류를 경주시에 제출했으나 산지전용허가 연장을 위한 산지복구비 약 60억원을 납부하지 않아 원칙적으로는 사업기간이 만료된 상태다.
즉 이 산단 사업부지의 산지전용 허가는 이미 실효된 상황으로 봐야 하고, 이에 따라 경주시는 산지전용허가 취소 및 산지복구명령을 내려야 한다.
이는 산단지정취소를 뜻하므로, 이 경우 사업시행자의 기투자액 전부는 상실되고 산단조성 부지로 매입한 토지 역시 이전의 임야로 다시 복구시켜야 한다.
경주시는 “현재 법률 검토를 거쳐 나아산단 정상화를 위한 행정적 지원 내지는 조치 방법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 또는 산단지정 취소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 나아산단은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산67번지 일원 11만9610㎡ 규모로 추진되고 있는 민간개발 일반산업단지로, 월성원전에서 1㎞ 정도 떨어진 인근에 자리해 관계 업종 유치에 기대감을 보이며 추진돼왔다.
하지만 야심차게 추진했던 원전해체연구소 유치가 무산되고, 국가 전략 사업으로 부상한 소형모듈원자로(SMR) 관련 기업 유치마저도 인근의 문무대왕면에 SMR국가산단 지정이 확정되면서 나아산단이 내세워왔던 경쟁력이 모두 상실됐다는 평가다.
이 산단은 2013년 1월 단업단지계획 승인을 받은 이래 2015년 11월 착공해 현재 공정률 약 46% 수준으로 진행됐지만 오랜 기간 기업 및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오면서 공사 중단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사업시행자는 2021년 9월경 산단계획 변경 고시를 통해 원전해체연구소 유치 추진을 공식화하는 등 사업의 재개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방사능 유출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로 인해 입주 희망 기업들이 입주를 포기하며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사업시행자인 A사 측에 따르면 “월성원전 인근에 위치한 접근성을 내세워 원전해체연구소를 유치하고 관계 기업들의 입주를 유도하려 했지만 당시 기업들이 방사능 유출 등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며 이미 협의된 기업들마저 놓치는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결국 사업부지 소유권자인 대신자산신탁은 2023년 신탁 토지 전부를 공개매각키로 결정하는 등, 사실상 사업포기 상황에까지 놓이게 됐다.
당시 대신자산신탁은 사업시행자 소유의 토지 47필지, 21만248㎡에 대한 감정평가를 진행했으며, 감정결과 251억8642만원으로 평가됐다.
2023년 11월 신탁사는 최저입찰가 251억8700만원으로 토지의 공매를 개시했으나 이후 2024년 8월까지 총 12차례에 걸쳐 유찰됐다. 12번째 공매 진행시 최저입찰가는 감정가의 59%인 148억7270만원이었다.
2025년에는 재감정을 거쳐 이전보다 약 1500만원 감액된 251억7177만원으로 평가받아 그해 8월 입찰에 부쳐졌다. 하지만 이전과 같이 입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 사업부지는 오는 18일 14번째 입찰에 부쳐진다. 18일 있을 입찰의 최저입찰가는 2025년 감정가의 90%인 226억5461만원이다.
산지전용허가 연장의 조건인 산지복구비 60억원 미납으로 인한 산단지정 취소 위기에 직면한 사업시행자는 토지 신탁사의 신탁 토지 공매 입찰이 계속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사업의 계속 추진 의지를 놓지 않고 있다.
사업시행자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 중공업 분야 대기업과 입주 및 투자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의 경영 여건 악화로 인해 어려움이 많지만 다각도로 사업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의 ‘원전해체기술원 유치’라는 기업유치 타깃 설정은 기업들의 방사능 유출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실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현재는 울산으로의 접근성을 내세우며 관련 기업유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는 나아산단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주시에는 기존 공사가 완료되거나 조성계획이 수립된 산단이 이미 많이 있어 기업 입장에서 경주시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여러 선택지가 존재하는 편”이라며, “산지전용비 납부 능력이 없을 만큼의 부실한 산단 사업에 투자해 새로운 용지를 개발하기보다는 기존 산단에 입주해 이미 갖춰진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이 기업에는 더 이득이라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라 말했다.
이어 “경주시 입장에서도 부실 산단을 정리해 산업용지 물량을 확보하고 대형 산단 조성을 추진해 역점 업종의 집적화를 유도하는 것이 경주시 산업 경쟁력 제고에 더 필요한 일일 것”이라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