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CL 산업 점유율 70% 눈앞...‘5년만 고용 보장’ 시한부 조건...사모펀드식 구조조정에 ‘불안’...法, 분할절차금지 가처분 심문
사모펀드 어펄마캐피탈이 도레이첨단소재 메탈로얄사업부를 1200억원에 인수하면서 FCCL 산업의 약 70%를 점유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 과정에서 발생한 노동권 침해와 절차적 정당성 무시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FCCL(연성동박적층필름·Flexible CopperClad Laminate)이란 유연한 동박이 붙은 필름이란 뜻으로 내열성 및 내굴곡성, 내약품성 뛰어나 휴대폰, TV 등 전자제품의 소형화, 경량화에 사용되는 부품인 연성회로기판의 제조에 필요한 핵심 원료다.
어펄마는 지난해 SK넥실리스 박막사업부(현 플렉시온)를 950억원에 인수하며 FCCL 산업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는데 이번에도 도레이 메탈로얄사업부 인수로 시장 장악력을 더욱 강화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번 인수 과정에서 도레이는 노동조합과의 아무런 합의 없이 조직개편과 인사이동을 단행하며, 직원들의 의견을 배제한 채 어펄마로 매각을 추진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3월 19일 도레이 대표는 해당 직원 대상 설명회를 통해 매각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어 4월 1일 전사 조직개편 인사 공고가 발표됐고, 다른 소속 직원들마저도 메탈로얄생산부로 이동시켰다.
이들은 사전 설명이나 협의 없이 배치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측은 당시 인사가 단순히 조직 정비 차원이 아닌 ‘매각 절차를 위한 사전 인원 구조조정’으로 보고 있다.
도레이와 노조 간 맺은 단체협약에 따르면, 3인 이상이 부서 이동 시 노조에 7일 전 통보해야 하며, 부서 간 이동과 분사, 양도 등 주요 조직 변화는 반드시 노조와 협의해야 한다.
그러나 도레이는 이번 인사이동과 매각 과정에서 노조와 협의하지 않고 통보식으로 진행했다. 이에 따라 노동권과 절차적 정당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노조 관계자들은 이후 수순이 도레이의 메탈로얄사업부를 대상으로 물적분할을 통해 분사를 결정하고 해당 조직만 덜어내 어펄마 산하 ‘넥서스홀딩스’로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지난 6월 1200억원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어펄마가 대금 약 1200억원 수준으로 도레이 메탈로얄생산부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 조만간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사실상 결정됐기 때문이다.
이 대로면 노조의 우려대로 도레이 메탈로얄사업부 50여명 규모 인력은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어펄마에 넘어가게 된다.
노조는 이에 반발하며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 분할절차 진행금지 가처분(사건번호 2025카합10038)을 신청했다. 심문기일은 오는 19일 오전 11시 40분, 민사 1호 법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도레이는 ‘5년만 동일한 조건으로 고용을 보장해주겠다’며 메탈로얄사업부 직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 사모펀드 특성상 고수익을 위해 최소 인력으로 운영하는 만큼 상당 직원이 시한부 고용 환경에 시달릴 것”이라 말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한 부서 매각이 아니라, FCCL 산업에서 사모펀드의 영향력 확대와 관련된 전략적 움직임, 이 과정에서 직원의 불안전한 고용 환경 노출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펄마는 SK넥실리스 인수에 이어 도레이 메탈로얄사업부까지 확보함으로써, FCCL 전 세계 시장 약 70%를 점유하게 된다. 이는 전체적인 산업 구조와 경쟁 환경에 상당한 변화를 예고한다.
노동 전문가는 “이번 사례가 앞으로 국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자 권리와 절차적 정당성이 무시될 수 있는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법원이 공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본지는 도레이의 매각 추진 방식과 어펄마의 전략적 포지셔닝, 직원 인사이동과 구조조정 과정, 외국인 투자기업의 물적분할 등 편·탈법이 있었는지에 대한 추가 취재가 진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