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발전 5개사가 최근 5년여간 517건의 산업재해를 기록하며 52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 5명은 모두 하청 소속 근로자로 확인돼 ‘위험의 외주화’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과 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에서 2021년부터 올해 7월까지 집계된 산재는 총 517건, 사상자는 528명이다.

528명의 사상자 가운데 443명(84.7%)이 하청 근로자였고, 사망자 5명도 모두 하청에서 발생했다.

기관별로는 동서발전이 94%로 하청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이어 남부발전(89%), 한수원(85%), 중부·남동발전(82%), 서부발전(74%) 순으로 조사됐다.

실제 사고 현장은 열악했다. 지난 6월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기계공작실에서는 재하청 비정규직 노동자가 혼자 기계 절삭 작업을 하다 끼여 숨졌다.

불과 한 달 뒤인 7월에는 동서발전 동해화력발전소 공사 현장에서 30대 근로자가 8m 아래로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사고 원인의 상당수는 안전절차 미준수, 관리 부실 등 기본적인 안전관리 소홀에서 비롯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하청을 합쳐 지난 5년간 이뤄진 징계는 고작 8건에 불과했다.

특히 2021년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한수원은 관련자에 대한 별도 징계 조치가 없었다.

더욱이 일부 회사는 징계 사유에 ‘회사의 체면 또는 신용 손상’을 명시해 논란을 키웠다. 노동계에서는 “안전보다 이미지 관리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안전예산 집행도 문제로 꼽힌다. 발전 5사 산재 예방 예산은 내년도 3조3천억원으로, 올해보다 2.3% 늘었다. 그러나 전년 증가율(17.6%)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원전·화력발전소 등 고위험 현장이 많은 현실을 감안하면 ‘안전 투자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허 의원은 “사고를 기업의 체면 문제로 치부하는 발전사의 낮은 안전 감수성으로는 산재를 막을 수 없다”며 “생명 앞에서는 원청과 하청의 구분이 없다는 원칙 아래 실질적이고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발전소 안전 인력 확충 ▲원·하청 통합 안전관리 체계 구축 ▲실효성 있는 징계 강화 등이 병행되지 않으면 ‘죽음의 외주화’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저작권자 © 영남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