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이하 방송미통위) 설치법안’에 대해 정면 반발했다.

그는 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개편안은 사실상 ‘이진숙 축출법’”이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기자실에서 “방송미통위는 현재 방통위에서 유료방송 관리 권한이 추가되는 수준”이라며 “근본적인 구조 변화는 없고, 결국 특정인을 겨냥한 자리 박탈용 법안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람 하나를 찍어내기 위해 정부조직 개편이라는 중대한 수단을 동원한다면 민주적 정부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앞서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고 방송미통위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

새 기구는 기존 방통위 기능에 유료방송 관리 권한이 추가되지만, 방통위원장 등 정무직은 승계 대상에서 제외돼 법안이 시행되면 현직 위원장은 임기와 무관하게 직을 잃는다.

실제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위는 이날 여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 단독으로 해당 법안을 의결했다. 향후 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되면 이 위원장은 임기 종료 형식으로 사실상 해임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개편안을 둘러싸고 거센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방통위 운영이 여권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들어 구조 개편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권은 특정 인사를 축출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라고 맞서고 있다.

이 위원장이 법적 대응을 예고한 만큼, 방송통신 정책 컨트롤타워 개편을 둘러싼 갈등은 향후 법정 공방으로까지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정기국회 초반부터 핵심 정부조직 개편안이 정쟁의 중심에 서면서, 미디어·통신 정책 추진에도 적잖은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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