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특검 거부권을 요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이 내란특별법 추진을 밀어붙이면서 정치권 갈등의 골은 여전히 깊다는 평가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날 회동에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보수 야권을 대표하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저는 민주당 출신이지만 이제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라며 “야당은 하나의 정치집단이지만 동시에 국민의 상당한 일부를 대표하기 때문에 그 목소리를 듣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소통을 통해 오해를 제거하고 간극을 최소화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보수 야권의 장동혁 대표는 현안을 정면으로 꺼냈다. 그는 민주당 주도의 ‘더 센 특검안’과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에 대해 “대통령께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장 대표는 “그렇지 않다면 이런 법안이 대통령의 뜻과 같다고 국민이 오해할 수 있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특검안은 내란·김건희·순직 해병 특검의 수사 범위와 기간을 대폭 확장하고 재판을 일반에 공개하는 내용이어서 야권의 반발이 거세다.
민생·경제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장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건설 경기 악화와 내수 부진을 심화시키고 자영업자 폐업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기업이 숨 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선 “수요자 요구와 거리가 먼 공급자 중심 대책”이라며 민간 주도의 수요자 맞춤형 공급 전환을 요구했다.
또한 여야정 국정협의체 재가동을 사실상 제안하며 “대통령께서 소통 창구를 만들고 유지해 달라”고 강조했다.
정청래 대표는 내란특별법의 필요성을 재차 부각했다. 그는 “내란 우두머리와 세력을 철저히 척결하고 무관용의 원칙으로 다스려야 한다”며 “완전한 내란 종식을 위해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는 개혁과 민생이라는 두 수레바퀴로 굴러가야 한다”며 검찰·언론·사법 개혁을 거론했다.
다만 그간 ‘내란 세력과 악수할 수 없다’던 강경 입장에서 물러나 장 대표와 악수를 나누며 “대통령께서 하모니 메이커가 됐다”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최근 한미정상회담을 언급하며 “국내에서는 다투더라도 대외적으로는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은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지만 국가 이익을 지키기 위한 자리였다”며 “국익을 위해 여야가 힘을 모으면 대외 협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회동이 대통령의 통합 메시지를 드러냈지만, 동시에 양당의 뚜렷한 입장차를 확인시킨 자리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보수 야권과 민주당의 대립은 국정 운영 동력을 갉아먹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대통령 주선으로 양당 대표가 악수를 나눈 장면은 정치 복원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강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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